[포토] 필름케이 김정민 대표,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영화인이 아니라면 필름케이라는 영화사가 생소할 수 있지만, 영화 ‘베테랑’(2015)과 ‘군함도’(2017)의 공동제작사라고 하면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필름케이의 김정민 대표도 그렇다. 연출부부터 시작해 조감독, 프로듀서, 그리고 제작사 대표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밟아온 그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누구나 비밀은 있다’(2004), ‘친절한 금자씨’(2005), ‘짝패’(2006), ‘간첩’(2012), ‘베테랑’(2015), ‘여교사’(2017), ‘군함도’(2017) 등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영화들 중 한국영화사에 남을 굵직한 작품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김정민 대표가 그간의 노하우로 새로 내놓은 작품은 22일 개봉한 영화 ‘너의 결혼식’(이석근 감독)이다. 스스로 ‘너의 결혼식’을 필름케이(2008년 설립)의 창립작이라고까지 하는 작품이 로맨스물이라는 게 뭔가 그동안의 작품들과 맥을 같이 하지 않는 듯 의외라는 생각도 든다. 지난 2012년 영화 ‘간첩’의 공동제작을 시작으로, 많은 작품을 공동제작해온 김 대표는 “단독으로 영화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창립작이라고 말한다”고 한 뒤 “어차피 우리에게는 영광이 없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너의 결혼식 포스터

또, “다른 사람들도 내가 전혀 이런 영화를 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맨날 때리고 죽이는 영화만 했으니까, 그런 반응”이라고 웃으면서 “그런 영화를 잘 만들 자신도 있고, 좋아도 하지만, 꼭 그런 영화를 해야지 하지는 않는다. 그냥 제가 재미 있다고 생각되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너의 결혼식’은 “50가지 에피소드 중, 내 이야기를 한 건 아니지만, 정말 내 이야기 같은 게 있었다. 50개 중 10개도 아니고 하나만 걸렸는데도 공감을 하는데, 다른 남자(관객)들도 ‘우리도 그때 그랬잖아’ 하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는 공감할 거라 생각했다”며 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가 제작하는 영화는 “그렇게 재미가 있는 영화이거나, 장르적으로 잘 만들 세련된 영화이거나, 의미 있는 영화이거나 뭐든 하나면 만들게 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프로듀서 때는 뭐 하나에 올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제작을 하겠다고 출발을 하고 보니 무조건 재미있으면 되는 프로젝트가 있고, 의미가 있어 그것만 잘 끌고 가면 되는 것도 있었다. 또, 어떤 건 ‘그냥 감독의 영화야’ 하는 거라 감독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고 싶은대로 해주게 하는 것일 때도 있었다. 재밌자고 찍으면서 재밌지 않으면 의미도 없는게 됐다. 그런 조율을 잘 해야 하는게 제작자였다.”

스스로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출을 하고 싶어서 영화과에 갔고, 군대에 다녀와서 바로 현장에 나왔다. 연출부로 시작해 조감독까지 하다가 프로듀서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던 프로듀서 기획자 1세대가 탄생하던 시기에 업종을 변경했다. 그렇게 조수로 작품 개발을 하다가 ‘아라한 장풍대작전’ 때 류승완 감독을 만나고, 그때부터 ‘친절한 금자씨’, ‘누구나 비밀은 있다’ 등 좀 큰 작품 혹은 유명 감독님들과 작품을 하는 등 운이 좋았다.”

그러면서 “그 시절 체감적으로 배운 것 같다”며 제작자로서 앞서 말한 조율의 노하우를 알게 된 배경을 이야기했다. “특히 (영화사)외유내강에서 일하면서 류승완 감독님에게 받은 게 있는것 같다. 예산이 적더라도 가져갈 수 있는 퀄리티, 뭘 포기하고 뭘 가져가야하는지, 뭘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하는지 등을 배웠다. 액션 영화나 대작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니라 작은 영화에서도 놓치지 말아야하는 것들, 예산이 안 될 때 취해야하는 것 등 많은 걸 배웠다.”

덕분에 ‘너의 결혼식’도 적은 예산으로도 만들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너의 결혼식’ 같은 경우 순제작비가 30억 정도다. 요즘은 이런 버짓으로 영화를 만들기 쉽지 않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 돈을 많이 들인 영화로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지켜야 될것들은 분명히 지킨게 있다. 그렇다고 스태프들을 굶기고, 잠 안 재우고 한 건 아니다. ‘여교사’ 때도 그랬다. 10억원 대 예산이었는데, 찍고 나서는 아쉽지만, 우리가 이 영화에서 뭘 가지고 가야하느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끝까지 지켰던 것 같다. 그런게 오랫동안 다양한 영화 경험을 가지면서 얻게 된 유산인 것 같다.”

그렇다면 ‘너의 결혼식’에서 꼭 지켜야될 것은 뭐였을까. 김 대표는 주저 없이 “캐스팅”이라고 꼽았다. “버짓대비 캐스팅 구성은 아주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사실 주연배우도 중요하고, 연출도 중요하고, 카메라도 중요하지만, 조연들이 대사를 어떻게 뱉어주느냐도 중요했다. 주연배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게 조연배우들이기 때문이다. 연기를 정말 잘하거나, 이미지가 딱인 배우들을 잡아오자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캐스팅이 거의 처음 원했던 1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너의 결혼식’에서 포기한 부분을 털어놓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교 시절 등 고증이 안 맞지 않느냐 할 것들이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추억팔이를 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최소한으로 하자고 결정했다.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 시작하면 끝도 없다. 30억 예산, 50회 촬영으로 맞추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찍을 수 없는 영화였다. 고증이 맞는 교복과 헤어스타일이 중요하냐, 그냥 디자인이 잘 어울리는 교복을 입히느냐 중에서 결정한거다. 대학시절이 2002년이었는데, 그때 뭐가 달랐지 생각하고 뚫고 가면 다를게 있겠지만, 거기에 힘을 줄 영화는 아니었다.”

제작비 100억원대가 우습게 느껴질 만큼 200억원대 영화가 쏟아지는 요즘, ‘너의 결혼식’ 같은 영화는 영화산업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정민 대표는 “이제는 작은 영화를 만드는 게 더 힘든 일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모든 걸 지키면서 특별히 제작기간이 길지 않은, 2개월반~3개월반 사이에 찍는 영화면 요즘 최소 45억원쯤 드는 것 같다. ‘너의 결혼식’을 올해 다시 찍는다면 최소 43억원쯤 들거다. CG나 보조출연, 테크닉이라고는 거의 없는 영화다. 액션이 있으면 제작비는 더 올라간다. 특수효과나 특별한 비주얼이 있다고 하면 더 올라간다. 배우들이 더 많이 나오면 더 올라간다. 이런 드라마를 찍을 때 40억대면, 스릴러면 50억원대가 된다. 배우가 세지면 더 오르고, 역사 고증이 필요하면 더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뒤이어 “사실 40억원대가 굉장히 애매하고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홍보마케팅비용이 붙으면 금세 60억 규모가 될거다. 그러면 (관객)200만은 들어야하는데, 그런 계산을 하면 위험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유인즉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제작비를 쓰는게 아니라 제작비에 맞춰 영화를 만드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사람의 고민, 고민의 시간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우리가 특별한 노하우가 있어서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게 줄어들고, 산업화되고 기계화되면서 차별성이 없어지는 것 같다. 어떤 영화가 40억 규모고, 200만이 들어야한다고 했을때 200만에 어울리는 기획을 하게 된다. 조금 소소하거나 지루하면 못한다 하게 되고, 그러면 자극적이게 된다. 그러면서 장르 쏠림이 생기고, 대작만 많아지게 되는 경향이 됐다”면서 “‘너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이런 얘기를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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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