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괴 포스터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국내 최초 크리쳐 액션 사극이라는 수식어가 자칫 과한 무게감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지난 3일 언론배급시사회로 베일을 벗은 영화 ‘물괴’(허종호 감독)는 출연진부터 스토리, 연출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최고의 오락영화로 확인됐다.

‘물괴’는 사물 물(物), 괴이할 괴(怪)이라고 적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 출발하는 이야기. 역병으로 인한 피 비린 내 나는 죽음 속에 억울한 민초들의 모습으로 강렬하게 포문을 연 영화는 인왕산에 흉악한 짐승이 나타나 사람을 헤친다는 소문으로 민심이 흉흉하다고 고하는 영의정(이경영 분)과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으려는 중종(박희순 분)의 모습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찰나 장면이 바뀌며 주인공인 김명민과 김인권이 나타나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다. 산속에 은둔하듯 사냥꾼으로 살고 있는 윤겸(김명민 분)과 그의 오른팔 성한(김인권)은 첫 등장부터 웃음기 가득한 장면으로 또하나의 코미디 콤비의 탄생을 알린다. 곧바로 나타나는 이혜리 역시 자연스럽게 이들 사이에 녹아들며 첫 스크린 신고식을 훌륭히 했다. 이들은 윤겸을 찾아 왕이 보낸 허 선전관(최우식)을 만나 한양으로 오게 되고, 네 명이 팀이 돼 찰떡 호흡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들이 우여곡절 끝에 맞닥들인 물괴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국내 최초 크리쳐 액션사극을 표방하고, 괴수 영화라고 소개되면서 다소 허황될까 우려됐던 물괴는 영화의 정서에 딱 맞는 모습으로 반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물괴와 싸우는 주인공들은, 사실 물괴 외에도 대적해야하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이렇듯 ‘물괴’는 물괴와 싸우는 듯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물괴를 내세운 영화이지만, 사실은 괴물이 된 사람의 이야기도 담았다. 다양한 메타포를 읽을 수도 있어 의미와 재미가 모두 충족된다.

과하지 않게 적절한 배합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라 관객들도 편안하고 즐겁게 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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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