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K리그에서 최강희 전북 감독의 존재감을 뛰어넘을 만한 인물은 찾기 힘들다.
최 감독은 전북 뿐만 아니라 K리그를 대표하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현재 최 감독 이상의 커리어를 갖춘 지도자는 국내에 없다. 2005년 전북 사령탑에 오른 이래 K리그 6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2회, FA컵 1회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팀을 맡았던 2011~2013년을 제외하면 거의 매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감독 수명이 극도로 짧아진 K리그 환경에서 그것도 전북 같은 빅클럽을 장기 집권하고 있다. 젊은 감독이 득세하는 K리그에서 유일한 60대 감독이기도 하다. 특유의 입담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런 최 감독이 한국을 떠난다는 소식이 들리자 국내 축구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당장 전북만 해도 20일 우승 세리머니를 앞두고 있지만 축하 분위기가 나지 않고 있다. 전북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선수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최 감독의 이적설 때문인데 선수들은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몇 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감지하고 있어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이 전북을 떠나면 이동국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 감독이 오면 성향에 따라 팀 리빌딩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최 감독 이적설에 민감한 이유다.
전북이 대격변의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최 감독의 이적설은 파급효과가 크다. 전북은 K리그를 대표하는 클럽이다. 최근 서울과 수원 같은 전통의 명가들이 주춤한 사이 전북은 ‘1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거의 유일하게 지출 규모를 유지해 여전히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K리그의 관계자는 “지금의 전북을 만든 사람이 최 감독 아닌가. 최 감독이 떠나면 어떻게 될지 걱정되기도, 궁금하기도 한 게 사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렇게 뜨거운 이적설이 있었나 싶다”고 말했다.
아직 이적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최 감독 후임에 대한 소문도 흘러나온다. 지도자 입장에서 전북은 일종의 ‘꿈의 클럽’이다. 전북은 선수 뿐 아니라 지도자도 가고 싶어 하는 클럽이다. 국가대표 다음으로 화려한 스쿼드를 운용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한 지도자는 “지도자라면 전북 같은 팀을 한 번은 이끌어보고 싶을 것이다. 선수 구성이나 환경, 지출 규모 자체가 다르다. 만약 최 감독이 정말 떠난다면 후임으로 누가 가게 될지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선 최 감독이 ACL 진출이 가능한 팀으로 떠나면 K리그 입장에선 아쉬운 행보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최 감독은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다. 전북 같은 팀을 이끌 만한 몇 안 되는 거물이다. 게다가 ACL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최 감독이 중국 팀을 이끌고 ACL에 나서면 K리그 팀들은 전보다 훨씬 어려운 경쟁을 해야 한다. 가뜩이나 ACL 우승 경쟁이 치열한데 최 감독이 국내 팀들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게다가 만약 최 감독을 떠나보낸 전북이 대격변의 시기를 보낸다면 K리그의 아시아 정상 등극은 더 어려운 과제가 될지도 모른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