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현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진현이 18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하고 있다. 울산 | 김용일기자

[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오스트리아에서 온 ‘왼발의 마법사’가 축구국가대표 벤투호도 흔들 수 있을까.

아시안컵 본선을 대비해 울산에서 동계전지훈련 중인 ‘벤투호’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진현(21·포항)은 자기 자신과 싸움 중이다. 유독 치열한 중원 경쟁 구도에서 이진현은 벤투 감독의 축구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실제 이진현이 가장 잘하는 축구와 닮았다. 왼발 테크니션인 그는 지난 여름 오스트리아 1부 FK 오스트리아 임대 생활을 마무리하고 포항에 돌아왔다. AC밀란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선발 출전하는 등 1년간 큰 무대를 경험한 그의 기술은 포항이 올 시즌 스플릿 상위리그에 진출하는 데 엄청난 힘이 됐다. 최순호 포항 감독이 원하는 ‘점유율-빌드업’ 축구에서 이진현은 꼭짓점 구실을 했다. 예리한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줬을 뿐 아니라 하반기 17경기에서만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해결사 구실도 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금메달 멤버로도 거듭나며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아 선수로 삶에 날개까지 달았다.

이제 그의 꿈은 A대표팀에서 한 걸음 더 도약하는 것이다. 지난달 호주 원정 2연전을 통해 경쟁 구도에 가세한 그는 유독 치열한 격전지인만큼 자신만의 색깔을 벤투 감독에게 어필하고 있다. 18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한승규, 김준형, 장윤형 등등 (같은 포지션 경쟁자들은) 서로 가진 장점이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여러 포지션을 뛸 수 있는 것과 왼발을 잘 사용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실제 연령별 국가대표와 소속팀에서 중앙 미드필더 뿐 아니라 윙어로도 기용된 이진현은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자원이다.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가 잦은 메이저 대회에서 이진현처럼 여러 포지션을 뛸 자원은 꼭 필요하다. 벤투 감독은 지난 16일 올림픽팀과 비공개 연습경기에서 이진현을 초반 측면에 세웠다가 중앙으로 이동해 역량을 실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 173㎝ 단신이나 이 역시 패스의 질과 민첩성으로 뛰어넘겠다는 각오다. 그는 “벤투 감독께서는 피지컬보다 패스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작은만큼 민첩함을 잘 이용하려고 한다”고 웃었다. 또 벤투 감독의 디테일한 훈련 지도 방식도 마음에 쏙 들어했다. 그는 “전술 훈련에서도 (중앙 미드필더에게) 패스 방향 등을 세심하게 강조한다.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가대표로 책임감을 강조했다. 이진현은 “(김)영권이 형처럼 선참 형들이 최근 한국 축구 관심이 커졌는데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한다. 우리도 많은 고민을 하면서 (훈련에)임하고 있다”고 했다.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진입에 대해서는 “기대를 안 한다면 거짓말”이라며 아랍에미리트(UAE)행 비행기에 오르겠다는 야망을 재차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