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수지기자]직장인 김 모 씨(48)는 얼마 전부터 사타구니와 엉덩이, 허리통증이 생겨 앉고 서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양반다리를 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허리디스크일거라 생각해 병원을 찾은 김씨는 척추에 큰 문제가 없어 MRI 검사를 받은 후에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진단을 받았다.
양반다리, 앉고 서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앞쪽 사타구니 부분에 통증이 느껴져 뒤뚱거리며 걷게 된다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대퇴골두는 골반의 비구와 맞닿은 대퇴골(넓적다리뼈)의 둥근 머리부위로 태생적으로 혈관이 적고 가늘어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부위이다. 이 부위에 다양한 요인으로 혈액순환 장애가 생기면 골세포가 죽게 되는데, 이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 한다.
한 해 무혈성 괴사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1만4천 명 정도다. 한창 사회활동 중인 30~50대 중년 남성의 발병률이 높은데, 이는 잦은 음주와 연관이 있다. 알코올이 혈중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농도를 증가시켜 혈액이 쉽게 응고되고 혈관에 달라붙어 혈액공급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자가면역질환이나 신장 이식수술과 같은 치료를 받고 나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거나, 고령층이 넘어지면서 생기는 대퇴골 경구쪽 골절 이후에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괴사가 오기도 한다.
문제는 척추관협착증이나 디스크 질환에서도 동일하게 둔부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의 10% 정도가 허리질환으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허리통증뿐 아니라 무릎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무릎에 특별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 꼭 감별을 받아 보아야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치료는 괴사된 부위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병변이 크지 않으면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기도 하지만, 경미한 증상이라도 괴사의 위치가 치료를 요할 만큼 중요한 위치라면 체외충격파, 줄기세포이식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괴사된 부위가 클수록, 체중 부하가 걸리는 위치일수록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수술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부분의 건강한 연골을 괴사된 부위로 돌려주는 절골술, 괴사된 부위에 압력을 떨어뜨려 통증을 완화시키는 중심 감압술이 있다.
또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진행상태에 따라 1~ 4기로 나뉘는데, 3기 이상 넘어가면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고관절 인공관절수술은 현재까지 가장 좋은 결과를 보이는 치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괴사가 오래 진행되면서 고관절에 유착이 생겨 관절 운동 범위가 불편할 정도로 좁아졌거나 고관절이 망가지면서 다리가 짧아진 경우 수술을 받으면 큰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 수술 후 보통 1~2주간의 재활을 거쳐 퇴원하게 되는데, 수술 후 한 달 정도가 되면 목발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 그러다 3개월 정도 후에는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회복된다.
가자연세병원 권오룡 병원장은 "고관절 질환은 의심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좌우 대퇴부 아래 서혜부 통증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음주를 많이 하는 남성들 중 허벅지 안쪽에 통증이 있거나 사타구니 앞쪽이 뻐근하고, 많이 걸었을 때 고관절이 쑤시곤 하면 병원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