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190131_142257630-1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31일 이사회 뒤 취재진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김현기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체육계 안팎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산적한 현안에 집중하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이 회장은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 뒤 취재진과 만나 이런 생각은 전했다. 우선 이날 이뤄질 것으로 보였던 새 진천선수촌장과 체육회 사무총장 발표는 다시 연기됐다. 이 회장은 “절차는 거의 다 끝났다”며 “마지막 조율할 부분이 있다. 머지 않아 끝날 것이며, 내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여전히 난관이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최근 성폭력 등 체육계 난맥상과 이 회장 본인의 거짓말 논란에 대해선 “지금은 산적한 현안 해결에 전념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사퇴할 때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빙상 적폐’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전명규 한국체대이 회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 도중 이 회장과 관련된 얘기를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당시 한국선수단 부단장을 맡고 있던 전 교수, 그리고 성폭력 ‘미투 고백’을 한 심석희와 3자 회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심석희 폭행범인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복귀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회장은 해당 뉴스 뒤 “올림픽 기간 중 심석희를 만난 사실이 없다”며 만남과 발언 자체를 부인했으나 전 교수가 21일 기자회견에서 “회장님이 보고를 잘못 받은 것 같다. (3자 회동 직후 심석희에게)저 말에 개의치 말고 경기에 전념하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거짓말 논란에 빠진 이유다. 이 회장은 이사회 뒤 “의사 소통의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얘기들을 정리, 언론과 대화할 시간을 마련하겠다”며 전 교수의 발언에 대한 반박 혹은 시인을 피했다.

한편, 이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방침이나 소년체전 폐지 계획에 대해선 “(체육회)이사들은 조급하게 이뤄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논의는 하고, 개선책은 찾아내야 하지만 함부로 (체육회와 KOC를)분리하고 (소년체전을)폐지하는 것은 논의의 장이 마련된 뒤 공론화 과정을 거쳐보자는 의견”이라고 했다. 이날 이사회에선 심석희의 ‘미투 고백’ 이후 강화된 성폭력 징계 규정을 승인했다. 성추행 등을 범한 지도자나 선수도 영구제명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는 이런 문제들이 결코 발생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가해자는 엄벌을 받는 등 개선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