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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타자들에게 무빙 패스트볼은 난제다. 스트라이크존 안쪽, 혹은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움직이는 140㎞ 후반대 공을 이겨내려면 정교한 배트 컨트롤은 필수다. 공의 궤적과 타이밍을 뚜렷하게 꿰둟어야 한다. 하지만 투수가 제구력까지 뛰어나다면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다.
LG 에이스 타일러 윌슨(30)이 그렇다. 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 그리고 싱킹패스트볼까지 세 가지 패스트볼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포심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컷패스트볼과 싱킹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 좌우에 꽉차게 던진다. 지난해 윌슨이 방어율 2위(3.07), 퀄리티스타트 2위(20회)에 오른 비결 또한 변화무쌍한 패스트볼에 있다. 꾸준히 헛스윙과 땅볼을 유도하며 더할나위 없는 KBO리그 데뷔 시즌을 보냈다.
2년차 시즌을 앞두고는 여유도 생겼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막바지를 보내고 있는 윌슨은 “지난해 이맘 때는 아무래도 낯선 부분들이 많았다. 처음 아시아에서 야구를 했고 전혀 다른 환경과 마주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친숙하다. 서로 잘 알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KBO리그 투수는 어떤 훈련을 소화하며 어떻게 시즌을 준비하는지 이제는 완전히 파악이 됐다. 신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투구수도 어떻게 늘려가는지 파악한 만큼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프링캠프 평가전 모습만 봐도 크게 대비된다. 지난해 윌슨은 평가전과 시범경기에서 제구난조로 고전했다. 미국처럼 단단하지 않은 마운드, 다소 차이가 있는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에 맞춰 빠르게 적응했다. 윌슨은 “소사를 비롯해 팀 동료들과 고칭스태프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모두가 나를 믿어주셨다”고 밝게 웃었다. 야구 내적으로 활약 요인을 묻자 ‘싱킹패스트볼’을 꼽으며 “지난해 만큼 싱킹패스트볼을 많이 던진 시즌이 없었다. 사실 이전까지는 싱킹패스트볼의 감각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컷패스트볼은 예전부터 많이 던졌다. 올해도 내 피칭 스타일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 가지 패스트볼이 내 무기다. 우타자 기준으로 몸쪽으로는 컷패스트볼, 바깥쪽으로는 싱킹패스트볼, 그리고 상단에는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 로케이션마다 패스트볼 구종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언제나 제구에 집중하며 제구만 잘 된다면 좋은 투구를 할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세 가지 패스트볼만 던지는 것은 아니다. 윌슨은 각도 큰 슬라이더와 커브, 간간히 체인지업까지 구사한다. 다양한 구종을 안정적으로 구사하는 윌슨을 두고 타자들은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혀를 내두른다. 로케이션에 따른 윌슨의 구종 분포도를 명확히 인지하지 않는 이상 ‘공 보고 공 치기’는 불가능하다.
든든한 지원군도 얻었다. 윌슨은 최일언 투수코치가 현역시절 싱킹패스트볼을 던졌던 것을 알고 “메커닉이 흔들렸을 때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타자들이 내 공에 적절하게 대응할 때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도 조언을 받을 것이다”고 기대하면서 “코치님께서 굉장히 적극적이시면서도 항상 나를 믿어주신다. 선발 등판이 예정된 평가전이 비로 취소되면 불펜피칭이든 다음날 등판이든 내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신다”고 활짝 웃었다.
마지막으로 윌슨은 다가오는 시즌 확실한 1선발로 나서며 큰 무대를 응시했다. 그는 “일단 시즌을 시작하는 게 기분이 좋다. 큰 기대를 받고 있고 기대에 응답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좋은 팀이다. 지난해에도 전반기까지는 아주 좋았다. 하지만 후반기 부상도 많았고 선수들도 지쳤다. 이번 시즌에도 고비가 있겠지만 모두 이겨내고 팬이 가득 들어찬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겠다. 포스트시즌서 팬의 함성을 듣는 게 정말 기대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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