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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대은이 14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KT위즈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결과를 떠나 과정 자체가 마음에 듭니다.”

KT 이대은(30)이 KBO리그 공식 데뷔를 앞두고 더 천천히, 길게 준비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이대은은 지난 14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2019 KBO리그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4이닝 9안타 5실점했다. 삼진과 볼넷 1개씩을 기록했고 22타자를 상대로 74개를 던졌다. 최고구속은 148㎞까지 측정됐고 스트라이크는 50개를 던졌다.

올시즌 KT 토종 선발진을 이끌 후보라는 점에서 첫 시범경기 등판 성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무엇보다 패스트볼 계열에 많은 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이대은은 “장성우와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자고 합의한 상태에서 던졌기 때문에 과정이 좋았다고 본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범경기라 오히려 많은 안타를 내준 게 득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타자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전에서는 어떤 식으로 타자들을 공략해야 할지 느낀 게 많았다. 한 번 정도 더 등판할 예정인데 개막 전까지 최대한 점검하고 또 점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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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 위에서 이런 저런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이대은은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제공 | KT위즈

빠른 공의 위력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안좋았다. 타이밍을 빼앗긴 KIA 타자들이 팔을 뻗어 커트할 수 있을 정도의 구위였다. 볼이 대체로 높았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KT 이강철 감독도 “빠른공 위주로 투구를 하길래 조금 걱정을 했다. 투수코치에게 물어보니 경기 전부터 그렇게 던지기로 설정했다고 하더라. 그러면 됐다 싶었고, 빠른공을 살리기 위해 커브를 많이 던지라는 주문을 했다”고 설명했다. 높은공 일변도라면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높이로 날아오다 떨어지는 커브를 가미하면 혼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이대은은 4회 무사 2루에서 김민식에게 커브를 던져 투수 땅볼을 유도했고, 2사 1, 2루에서 최형우에게 커브 두 개를 잇따라 던져 헛스윙과 파울을 이끌어냈다. 볼카운트 0-2에서 결정구인 포크볼로 투수 땅볼을 유도하는 등 상황에 따라 경기운용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때와 투구폼이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도 “내 것을 찾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킥 동작을 할 때 일본 투수들처럼 크게 들어 멈췄다 던졌는데 이날 이대은의 모습은 물흐르듯 한 번의 호흡으로 투구했다. 그는 “일본프로야구(지바 롯데)에 있을 때 교정했던 투구 폼이었는데 나랑 잘 안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에도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밸런스를 찾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를 하던 중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후 경찰야구단에서 투구폼에 변화를 줬고 스프링캠프에서 완성단계에 돌입했다. 이제는 내 것을 찾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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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WBC 때보다 다소 작아진 듯한 투구폼도 진화를 위한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사진제공 | KT위즈

투심 패스트볼을 집중 점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에 포크볼을 결정구로 구사하지만, 선발 투수라면 효율적인 투구를 할줄 알아야 한다.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땅볼을 유도하거나, 결정구인 포크볼을 던지기 위한 포석으로 투심 패스트볼을 활용하면 투구 수를 아낄 수 있다. 이대은은 “경찰야구단에서부터 투심을 던지기 시작했고 이제 손에 익는 느낌”이라며 “시즌 때에는 시범경기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큰 기대를 받고 입단한만큼 부담이 크겠지만, 이대은은 더 길게 보고 진화를 선택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