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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스스로 채찍하다가 칭찬하는 스타일로 바뀌니까 버티는 힘이 생겼다.”
2004년 입회 이후 올해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5년 차를 맞이한 베테랑 골퍼 홍란(33)은 데뷔 초반만 하더라도 세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다가 한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고 슬럼프도 겪었다. 주연에서 조연으로, 조연에서 단역으로 밀려나는 느낌이었다. 그 사이 재능있는 젊은 후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게 만든 건 작은 생각의 변화였다. 홍란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삼천리스포츠단 출정식에서 “사실 과거엔 스스로를 채찍하는 편이었다. 20대까지는 내가 잘해도 잘하는지 몰랐다. 항상 위만 바라봤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어느 순간 마음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칭찬해주고 격려했다. 그러다보니 내 인생에 골프가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느끼게 됐고 즐겁더라”고 웃었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골프가 새롭게 보였다. 생각의 변화는 지난해 ‘브루나이 레이디스 오픈’에서 8년 만의 투어 우승을 안겨다줬다. 앞서 2017년 KLPGA 정규투어에서 10년 이상 활약한 현역 선수에게 주어지는 ‘K-10’ 클럽에 가입했고 KLPGA 최다 연속 시드 유지 기록(2005년부터 15시즌 연속)을 보유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는 “내 장점을 굳이 꼽자면 투어 생활을 오래하는 것”이라며 “나처럼 오래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버티는 힘’을 길러야 한다. 좋을 때는 어떠한 상황에도 타격이 크지 않지만 나쁠 때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은 긍정적인 사고 전환으로 버티는 힘을 마련했는데 각자 스타일에 맞게 버티는 원동력을 찾기를 바랐다.
지난 시즌 페어웨이 적중률 4위에 오르는 등 세밀함을 다진 홍란은 겨우내 하와이에서 어드레스 간격과 스윙 궤도 등을 교정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그는 “작년에 초반 우승해서 정신 없이 한 해를 보냈다. 돌이켜보니 준비를 잘 하지 못한 것 같다. 이번엔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스윙이나 체력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체력 관리 비결을 묻자 “전에는 필라테스도 했고 요가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웨이트트레이닝이 몸에 잘 맞더라. 아무래도 20대 초반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니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천리 스포츠단 원년 멤버인 그는 이날 동반한 조윤지, 김해림 등 팀 동료들과 함께 ‘나란히 우승경쟁을 하게 된다면?’이라는 질문을 받자 “아무래도 후배들이 나보다 기회가 더 많을테니까 내가 우승해야 한다”고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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