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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숨어있는 1㎝를 찾는 도구다.”
트랙맨이 열풍이다. 미사일 추적 기술을 이용해 공을 분석하는 시스템인 트랙맨은 구속과 회전수, 구종은 물론 투수들의 익스텐션과 로케이션, 무브먼트, 각도, 타자들의 발사각 등 30여 가지 정보를 쏟아낸다. 메이저리그에서 열풍이 불자 KBO리그도 앞다투어 트랙맨을 도입해 선수단 훈련에 활용한다. 많은 구단 관계자들이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LG 관계자는 “코칭스태프가 선수의 숨어있던 1㎝를 찾아내는데 도움을 준다”고 귀띔했다. 트랙맨으로 얻은 데이터를 선수 스스로 기량 향상에 직접 활용하는 건 쉽지 않다. 가령 타구 속도가 줄어들었다는 수치가 나오면 이를 어떻게 향상시킬지 선수 혼자 풀어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우리는 선수들의 데이터를 반드시 코칭스태프를 통해 전달하도록 시스템화했다”고 말했다. 코치가 선수에 대한 정보를 살핀 뒤 이를 근거로 선수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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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혁명’으로 불렸던 발사각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영역이다. 하이 패스트볼과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공은 다른 발사각으로도 같은 비거리를 만들 수 있다. 이른바 ‘플라이볼 혁명’은 타구가 출발하는 각도가 아닌 배트에 맞아 튀어나가는 속도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상적인 발사각(대략 25도)으로 시속 140㎞짜리 타구를 쏘아 올리면 펜스 뒤로 넘어갈 수 없다. 때문에 각도가 아닌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훈련을 먼저 해야 한다. 타구 속도를 증가시키려면 몸을 쓰는 방법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코칭스태프의 지도법에 이미 충분히 담겨있다. 트랙맨은 선수들이 ‘내 상태가 이렇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말그대로 훈련 보조 도구로 봐야 한다. 코칭스태프를 불신하던 선수들도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제시하면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구단 관계자도 “코칭스태프의 눈이 트랙맨으로 얻는 수치 정보와 일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칭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코치들의 조언을 선수가 받아들일 준비가 됐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트랙맨을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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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을 깨는 역할도 한다. 가령 포심 패스트볼은 회전이 똑바로 걸려야 한다는 ‘관념’이 있다. 공이 사선으로 돌면 ‘좋지 않은 회전’으로 여겨 터부시했다. 하지만 무빙 패스트볼이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정상 회전이 아니더라도 종속만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훌륭한 구종이 된다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KT 금민철이 던지는 자연 커터가 대표적인 예다. 의도하지 않아도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궤적이 바뀌는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있다면 “공도 똑바로 못던지느냐”는 핀잔 대신 “이 공을 활용할 수 있는 볼배합을 연구하자”는 식으로 코칭 방식을 바꾼다. 선수를 설득하는 근거이기도 하지만 코치들의 의식 변화를 가져오는 도구로도 활용한다는 의미다.
구단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트랙맨을 신봉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같은 수치여도 선수가 가진 힘과 능력, 성격 등을 고려해 다른 접근법으로 개선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래서 코치를 통해 데이터를 선수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선수의 장단점을 가장 잘 파악하는 것도 코치이고 선수의 변화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이도 코칭스태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