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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루카스 모우라의 원맨쇼 뒤에는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다.
토트넘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극적 결승행의 주인공은 단연 해트트릭을 달성한 모우라다. 다만 페르난도 요렌테와 손흥민, 델레 알리 등 동료들의 숨은 움직임이 모우라 활약의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토트넘은 전반 내내 답답한 양상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페널티박스 근처로 접근하는 데 애를 먹으며 결정적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모우라-손흥민 투톱은 마타이스 데 리트를 중심으로 하는 아약스 수비에 막혀 고전했다. 반전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요렌테가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미드필더인 빅터 완야마를 빼고 스트라이커 요렌테가 들어가면서 토트넘 최전방의 무게감이 달라졌다. 요렌테는 신장 193cm의 장신으로 몸싸움과 공중 플레이에 능숙하다. 득점력은 해리 케인에 비해 떨어지지만 궂은 일을 하는 스트라이커가 필요할 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즐겨찾는 자원이다.
요렌테가 중심을 잡고 좌우의 모우라와 손흥민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을 구사하면서 아약스 수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중심으로 하는 세밀한 플레이 뿐만 아니라 롱볼 플레이도 살아났다. 전반 6회에 그쳤던 슛 횟수가 후반 들어 18회로 세 배나 늘어난 것만 봐도 토트넘의 전후반이 얼마나 달랐는지 가늠할 수 있다. 토트넘 세 번째 골 장면에서도 요렌테가 몸으로 버티며 연결해준 공이 알리를 거쳐 모우라로 향했다. 요렌테 투입 후 전반보다 다채로운 패턴으로 공격이 이어진 게 역전의 발판이 됐다.
손흥민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수비수들을 달고 다니며 수비를 분산시키는 기능을 했다. 경기 내내 손흥민은 아약스 선수 2~3명의 견제에 시달렸다. 아약스는 공간을 주면 위험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지한 것처럼 보였다. 박스 근처에서 공만 잡아도 순식간에 달려가 막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러나 손흥민을 막는 데 집중하던 아약스는 한 번의 틈을 보였다. 모우라의 두 번째 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손흥민이 페널티라인에서 공을 잡자 아약스 수비수 3~4명이 전진해 손흥민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손흥민은 슛 대신 측면으로 공을 배달했고 득점에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다.
여기에 알리는 두 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모우라 해트트릭에 일등공신이 됐다. 에릭센이 부진한 상황에서 알리는 특유의 기민한 움직임으로 2선에서 활기를 불어넣었다. 첫 번째 골을 넣을 때엔 알리의 드리블이 결정적이었고 결승골 장면에서도 간결한 패스로 득점의 판을 깔았다. 모우라 못지 않게 중요한 승리의 키플레이어였다.
감독의 전략적 판단이 낳은 승리이기도 하다. 포체티노 감독은 전반에만 2골을 실점하며 위기에 몰리면서도 냉철한 승부수로 경기를 뒤집었다. 필요한 선수를 투입하고 피치 안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용병술이 결국 극적인 반전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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