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인터뷰하는 최혜진 (2)
최혜진이 지난 12일 수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19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대세’ 최혜진(20·롯데)은 어떻게 단기간에 무결점 골퍼로 거듭났을까. 스스로는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지만 약점을 빠르게 지워내며 더 큰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하고 있다.

최혜진은 지난 12일 수원컨트리클럽 뉴코스(파72·6559야드)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오픈에서 15언더파 201타로 여유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먼저 시즌 2승 사냥에 성공해 ‘혜진시대’를 활짝 열었다. 상금 1위, 대상포인트 단독 3위, 평균타수 단독 2위 등으로 사실상 전관왕도 가시권에 뒀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되던 숏 게임과 퍼트가 몰라보게 향상돼 가뜩이나 좋은 샷이 더 좋아보이도록 만드는 착시효과까지 만들어 냈다. 그는 “많이 보고 따라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눈에 담아 몸으로 옮기니 결점이 보완됐다는 의미다.

우승 확정후 인사하는 최혜진
최혜진이 지난 12일 수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19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프로 선수들은 기량이 좋을수록 스스로에게 인색한 평가를 내린다. 고진영(24·하이트진로), 아정은6(23·대방건설) 등과 견줘도 손색없는 송곳 아이언에 남부럽지 않은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254.7m·4위)를 자랑하는 최혜진도 “예전에는 샷에 자신이 있었는데 좋을 때와 안좋을 때가 있어 딱히 내세울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시즌 KLPGA투어에서 라운드당 평균 그린적중률이 81.5%로 1위에 올라있다. 퍼트가 30.9개로 54위라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최혜진이 최근에는 과감하면서도 안정감있는 퍼트로 자신이 출전한 2연속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치는 것을 많이 보고 눈에 담아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까지는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해 확신없이 퍼트를 했다. 왜 안될까 고민하다가 다른 선수들이 훈련 때 퍼트를 어떻게 하는지 지켜봤다. 볼만 보고 치는 선수도 있고 스트로크 자체에 집중하는 선수도 있더라. 본 것을 훈련 때 실행에 옮기면서 내 것을 찾은 것 같다. 홀컵에 신경쓰지 않고 에임한 대로 확신을 갖고 어드레스 해 스트로크에 집중했더니 향상되더라”고 설명했다. 무조건 넣어야겠다는 생각보다 라인을 맞춘대로 정확하게 원하는 거리만큼 보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감도 향상됐다는 뜻이다.

최혜진 2번홀 그린을 살피고 있다
최혜진이 지난 12일 수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19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퍼트 라이를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퍼트감 상승은 전체적인 자신감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는 “결과에 신경쓰기보다 ‘실수하면 어때’라는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다른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는게 필요한데 이 부분에 눈을 뜬 것 같다”고 밝혔다. 멘탈코치를 찾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골프 외적인 이야기까지 두루 두루 나누면서 기분전환을 한 것도 도움이 됐다. 들쑥날쑥하던 30~50야드 짜리 어프로치 감각도 퍼트 감과 비슷한 생각으로 전환하면서 좋아졌다. KLPGA투어를 넘어 더 큰 무대로 진출할 발판을 차근차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 전에 목표가 하나 있다. 최혜진은 “(이)정은(6)언니가 워낙 많은 걸 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로 떠났다. 언니가 너무 많은걸 이뤄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따라가려고 노력하겠다. 기회가 되면 할 수 있는 것, 골프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LPGA투어 무대를 평정한 이정은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당당히 LPGA 투어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당장 LPGA 진출을 선언하기보다 KLPGA에서 이루고 싶은게 더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결점 골퍼로 거듭난 최혜진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이를 지켜보는 골프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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