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염겸엽 감독, 고종욱 득점 좋고!
SK 염경엽 감독이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T와 SK의 경기 5회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로맥의 2루타 때 득점을 한 고종욱과 주먹을 맞대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선두 질주 중인 SK의 테마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상대가 편하게 자기 야구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것이다. 동시에 SK 선수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확률을 높인다. 야구에서 가장 기본으로 여기는 전략인데, SK는 이 기본에 매우 충실한 야구를 한다. 1점차 승부에서 17승 1패 승률 0.944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는 동력이기도 하다.

SK의 테마는 지난 11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T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도 도드라졌다. 상대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주무기를 마음껏 던질 수 없도록 방향을 설정했다. 알칸타라는 최고구속 154㎞까지 측정되는 강속구 투수다. 우타자에게는 포심-슬라이더, 좌타자에게는 포심-체인지업이 전체 투구의 60% 이상이다. 슬라이더는 최고 143㎞, 체인지업은 140㎞까지 측정되니 빠른 공에 타이밍을 잡아도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다. 빠른 공인줄 알고 스윙을 시작했다가 오히려 고속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에 히팅포인트 앞에 걸려 장타를 때려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포토]알칸타라 위로하는 이강철 감독
KT 선발투수 알칸타라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T와 SK의 경기 5회초 1사 2루 상황에서 SK 김강민에게 적시타를 허용하자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강판하고 있다. 알칸타라는 5회에만 대거 5실점하는 등 4.1이닝 동안 7실점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T 배터리가 흔들린 것은 타자마다 좋아하는 코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고종욱은 벨트선 근처로 날아드는 바깥쪽 빠른 공을 좌중간으로 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최정은 낮은 코스를 걷어 올려 좌중월이나 좌월 아치를 그려낼 수 있는 힘이 있다. 한동민은 몸쪽 높은 공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타자마자 좋아하는 코스가 있으니 그 길목만 잡고 있으면 공 6개(풀카운트 기준) 중 한 개는 날아들게 돼 있다. 원 타이밍에 각자 좋아하는 코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상대 배터리 입장에서는 코스 선택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KBO리그 투수들은 경기 플랜을 스스로 짜는데 익숙하지 않다. 타자는 계속 바뀌는데, 몸쪽, 바깥쪽에 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맞아 나가니 갈피를 잡기 어렵다. 타자 개개인은 당일 컨디션에 따라 커버할 수 있는 히팅 존에 변화가 생긴다. SK는 이 기복이 대체로 심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쳐서는 안될 자기만의 히팅 존’을 지키기 위한 훈련을 반복한다. 승부처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이유다.

[포토]로맥, 만루 기회는 놓치지 않아!
SK 로맥이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T와 SK의 경기 5회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KT 선발 알칸타라를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알칸타라가 4.1이닝 동안 안타 12개를 홈런 한 개 없이 허용하고 7점이나 내준 점은 KT 배터리와 코칭스태프 모두 다시한 번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전력분석을 포함한 경기전략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이 기본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서 SK에 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K 염경엽 감독은 “1점 차 승부에서 이기는 것들이 쌓여서 단기전 힘이 된다”고 밝혔다. 박빙 흐름을 지켜내 이기는 맛을 알기 시작하면 한국시리즈 같은 큰 무대에서도 떨지 않는 강심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디테일의 승리로 보는 시각도 많지만, 지금의 SK는 기본기 싸움에서 상대보다 반 발 이상 앞서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지 않은 간극이지만 이 반 발이 쌓여 가을잔치를 이끄는 자양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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