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업의 Breakthrough 전략,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제공 I 대한상의

[스포츠서울 김태헌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중소기업 불화수소’ 발언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박 장관의 주장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불화수소 구입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아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18일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박영선 장관은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지만 대기업이 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공정마다 불화수소 분자 크기나 순도가 다 다르다”며 “국내 업체는 공정에 맞는 불화수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일각에서 나오는 ‘불화수소 국내 대체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기도 해 향후 SK하이닉스 등의 대응도 주목된다.

최태원 회장은 기자들이 일본 방문 가능성을 묻자 긍정적으로 대답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일본에 가야하는 일이 생기면 당연히 갈 것”이라며 “우리가 도울 게 있으면 돕고 도움받을 일이 있으면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 기업과) 상생의 방법을 찾을 것이고, 그렇게 정상화를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일본 반도체 소재 부품 수출 규제와 관련, SK하이닉스 김동섭 사장의 일본 출장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잘하시겠죠”라며 구체적 대답을 피하기도 했다. 특히 SK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처럼 ‘컨틴전시 플랜’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책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뚝딱 나오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특유의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가장 현실적이고 솔직한 대답”이라는 평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 발언처럼 지금 불화수소를 국내기업이 완벽하게 만들거나, 100% 국내산으로 대체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이날 포럼 강연자로 나서 ‘사회적 가치’ 경영방식 추구에 직원들의 ‘냉소주의’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에 사회적 가치를 심으려고 노력했을 때 임직원들이 가장 어려워 한 것이 무엇이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물음에 이 같이 답했다.

최 회장은 또 이 때문에 직원들에게 거친 표현 등을 써가며 변화의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고도 회상했다. 그는 “지금은 핵심평가지표(KPI)에 50%를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를 반영하겠다고 선언했고,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내부의 변화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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