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안
경찰야구단 유승안 감독이 10일 경기 취소 후 취재진과 만나 담담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산 | 이웅희기자

[창원=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경찰야구단 유승안 감독이 마지막 공식행사인 올스타전 참가를 위해 창원NC파크를 찾았다. 경찰야구단 감독으로서 참가하는 마지막 경기였기에 유 감독에겐 남다른 하루였지만 하늘은 유 감독의 마지막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19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유 감독은 마지막 행사를 찾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마지막인걸 알고 있었기에 덤덤한 마음으로 왔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순연되니까 좀 그렇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우천 순연된 퓨처스 올스타전은 20일 정오에 열린다. 만약 20일에도 비로 경기가 취소되면 퓨처스 올스타전은 열리지 않는다.

경찰야구단의 지난 14년 역사 가운데 11년을 감독으로 지내며 수 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유 감독은 당초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이 열리는 이날 경찰야구단의 해단식을 공식적으로 KBO에 요청했지만 KBO가 난색을 표하면서 무산됐다. 유 감독은 “KBO리그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한 경찰야구단이 멋지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성사되지 않아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해단 전 마지막 기수인 경찰야구단 소속 선수들과 함께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하는 유 감독의 얼굴엔 큰 아쉬움이 묻어났다.

올스타전을 끝으로 유 감독은 야인(野人)으로 돌아간다. 당장 향후 계획은 없지만 야구계에서 종사하고 싶은 마음만은 굳건하다. 유 감독은 “여지껏 경찰야구단을 이끈 것처럼 야구계에 계속 종사하면서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도자 뿐만 아니라 해설위원도 유 감독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경찰야구단을 거쳐간 수많은 선수들에 대한 에피소드와 지도 경험이 해설하는데 있어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유 감독도 “불러주는 곳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해설에도 관심이 많다. 잘 해볼 자신 있다”며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켜온 경찰야구단의 지휘봉을 내려놓는 건 유 감독에게 큰 의미다. 유 감독은 “경찰야구단은 사라지지만 경찰야구단 출신 선수들이 프로에서 많이 뛰고 있기에 영원히 잊혀지진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유 감독은 “경찰야구단이 그동안 KBO리그와 한국야구에 공헌한 바가 적지 않다. 향후 다른 형태로라도 비슷한 팀이 생기길 바란다”며 경찰야구단은 역사속으로 사라지지만 향후 경찰야구단과 비슷한 단체가 생겨 후배 야구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유 감독의 두 아들로 프로 야구 선수로 뛰고 있는 유원상, 유민상 형제는 야구계를 떠나게 된 아버지 유 감독에 대한 걱정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두 아들이 날 걱정하더라. 그래서 ‘너희들이나 걱정해라’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아버지이자 야구선배로서 소속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두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경찰야구단 감독직에서 내려오는 유 감독은 당분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유 감독은 “남들이 말하는 여름휴가도 갈 수 있게 됐다. 당분간 여행도 다니면서 머리 좀 식히고 향후 거취를 정할 생각”이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경찰야구단과 유 감독의 인연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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