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의 영광은 없다. 선수로서 거쳐야 할 성장통이지만 아픈 건 어쩔 수 없다.
정정용호는 지난달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에서 결승 진출이란 쾌거를 일궈냈다. 하지만 탄탄대로일 것 같던 U-20 주역들의 현실은 냉정하기만 하다.
이강인(18·발렌시아)은 이적을 두고 소속팀 발렌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U-20 월드컵에서 2골 4도움을 기록하며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복수의 구단에서 영입 의사를 밝혔다. 지난 시즌에도 이렇다 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강인은 뛸 수 있는 팀을 강력히 원했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완전 이적은 불가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내세우며 장고에 돌입했다. 발렌시아 수뇌부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긴급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강인의 거취가 여전히 안갯속인 가운데 팀을 옮긴 뒤에 따라올 경쟁과 적응은 이강인이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U-20 월드컵에서 숱한 선방으로 ‘빛광연’으로 불린 이광연(20·강원)은 호된 K리그 적응기를 거치고 있다. K리그 데뷔전이던 지난 5월 포항전에서 4골을 허용했다. 팀이 5골을 넣어 패전은 면했지만 U-20 대표팀 주전 수문장의 자존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절치부심한 이광연은 지난 21일 울산전에서 또 다시 선발 기회를 잡았다. 강원의 골키퍼 2명이 동시에 부상을 당한 탓이었다. 이날도 이광연은 2실점하며 팀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사령탑 김병수 감독은 “2번째 출장인데 침착하게 잘했다”고 제자를 감쌌지만 이광연은 2경기에서 6실점하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수비수 이재익(20·강원)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지난 시즌 리그 8경기에 출전했던 이재익은 올시즌 3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병수 감독이 주목할 선수로 꼽았지만 U-20 월드컵 참가 후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부상 여파도 있었지만 후보 명단에만 이름을 몇 차례 올린 게 전부였다. 결국 이재익은 카타르의 알 라얀 이적을 결정했다. 알 라얀은 22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재익이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테스트 결과 입단에 결격 사유가 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이적이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다른 선수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세진(수원)은 부상으로 장기 결장 중이고 고재현(대구)도 올시즌 2경기 출전이 전부다. 월드컵 이후에는 1경기에만 나섰다. 2부리그 소속인 오세훈(아산)과 황태현(안산), 엄원상(광주)도 그라운드를 밟고는 있지만 소속팀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마 U-20 대표팀의 맏형인 조영욱(서울)이 간간히 출전 기회를 부여받고 있는 정도다.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들의 성장통이 계속되고 있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