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웅
LG 이천웅.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LG와 두산의 경기. 2019. 7. 9.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더이상 타격 원툴 선수가 아니다. 꾸준히 선발로 출장하면서 경기를 읽는 자신 만의 뚜렷한 기준이 생겼다. 이제는 타격 뿐이 아닌 수비와 주루 플레이로도 팀 승리를 이끈다. LG 1번 타자 중견수 이천웅(31)이 2019시즌을 진화의 해로 만들었다.

이천웅은 지난 28일까지 94경기에 출장해 타율 0.315(368타수 116안타) 1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78을 기록하고 있다. 대타 자원으로 올시즌을 맞이했지만 특유의 정확도 높은 타격을 앞세워 외야진 한 자리를 꿰찼고 이미 개인통산 최다 도루를 기록했다. 2018시즌 122안타를 넘어 한 시즌 최다안타도 유력하다. 공인구 변화로 인해 많은 타자들이 고전하고 기록도 크게 하락했으나 이천웅은 최고 시즌을 만들고 있다.

이천웅은 올시즌 화두인 새로운 공에 대해 “공은 확실히 안 나간다. 반발력도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외야수비를 나가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넘어갔다 싶은 게 펜스 앞에서 뚝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즌 초반에는 수비할 때 어려움도 있었다”면서 “타석에서도 이전과 공이 다르다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공이 무겁고 배트에 먹히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내가 거표 유형 타자는 아니니까 바뀐 공의 영향은 덜 받는 것 같다. 타격에 대해 (박)용택이형과 얘기를 많이 하는데 지난해부터 용택이형이 장타자보다는 중장거리 타자로 가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나도 이를 수긍하고 정확도에 초점을 두고 가다보니 지난해와 올해 모두 안타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단타를 치더라도 도루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선다”고 웃었다.

박용택은 후반기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공이 바뀌었으니 타자들도 이에 맞춰서 가야 한다. 쉽게 말하면 이천웅식 타격을 해야 한다. 맞는 면을 최대한 크게 만드는 스윙이 필요하다”고 해답을 내놓았다. LG 류중일 감독 또한 “우리 팀에서 가장 좋은 레벨스윙을 하는 타자는 이천웅”이라며 “이천웅의 스윙을 보면 배트가 수평을 이루면서 맞는 면을 극대화한다. 공이 맞는 지점이 넓으니 인플레이 타구와 안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이천웅의 스윙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이처럼 이천웅의 정확도 높은 스윙은 LG에 확실한 득점공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천웅은 리드오프로서 꾸준히 출루하는 것 뿐이 아닌 하위타선이 만든 찬스를 살려 타점도 올린다. 지난 28일까지 득점권 타율 0.343 38타점을 올리며 리그 전체 1번 타자 중 가장 많은 타점을 기록했다. 이천웅은 “9번 타자에서 공격이 끝나서 바로 수비에 들어가는 것보다 내게 찬스가 이어지고 공격까지 한 후 수비를 하는 게 훨씬 편하다”며 “하위타순에서 찬스를 만들어주면 집중력도 높아진다. 허무하게 찬스를 날리고 싶지 않다.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서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반대로 9번에서 공격이 끝나면 수비에 들어가면서도 다음 타석을 생각하게 된다. 다음 공격 첫 타석에서 어떻게 출루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고 수비 집중력도 떨어지더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수비가 불안한 것은 아니다. 올시즌 이천웅의 가장 향상된 부분이 수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를 이어가고 있다. 스스로 “전반기 막바지 SK전에서 안일한 플레이가 나왔다. 아직 하늘에서 더 긴장하라고 하는 것 같다”고 했으나 타구 위치를 빠르게 포착하고 좌중간,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는 등 수비에서 실점을 막은 모습도 수차례 나왔다. 이천웅은 향상된 수비와 관련해 “타자의 스윙궤적과 투수의 구위, 그리고 볼카운트까지 이전보다 넓게 보면서 수비위치를 잡고 있다”며 “수비에선 (김)현수형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현수형이 볼카운트에 따라 위치를 잡는 것을 강조했고 이따금씩 직접 위치를 조언해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올시즌에는 수비를 하는 방법이 하나 더 늘었다”고 말했다.

이천웅에게 보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볼카운트 2-0, 3-1은 타자가 유리하고 타자가 강하게 스윙하는 카운트다. 이 경우 우타자는 좌측으로, 좌타자는 우측으로 강한 타구를 날릴 확률이 높다. 반대로 볼카운트 0-2, 1-2에선 밀리는 타구, 혹은 반대 방향 타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볼카운트가 타자 카운트냐, 투수 카운트냐에 맞춰 움직이고 결과도 잘 나왔다. 올시즌 슬라이딩으로 잡은 타구들 대다수가 이렇게 볼카운트를 계산하면서 나왔다”고 명확하게 답했다. 덧붙여 그는 “타자와 투수, 그리고 볼카운트까지 꾸준히 중견수로 나가면서 경기 흐름을 읽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경기에 나가면 타구를 예측하는 부분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수비에 임하는 시야가 넓어졌음을 강조했다.

이천웅
LG 이천웅이 22일 잠실 SK전에서 타격하고있다. 2019.05.22.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처럼 이천웅은 선발 출장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했고 올시즌 다재다능한 외야수로 발돋음했다. 아마추어 시절 투수가 주포지션이었고 미완의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단했으나 이제는 어엿한 완성형 외야수가 됐다. 이천웅은 도루 숫자도 부쩍 늘어난 것에 대해 “도루 또한 흐름을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김재걸 코치님께서 꾸준히 조언을 해주신다. 키움전에서 도루 3개한 후에는 체력 안배도 시켜주셨다”며 “예전부터 타격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수비나 도루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꾸준히 출장하는 게 정말 복받은 일이고 책임감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야구도 더 재미있어졌다. 후반기에는 출루율을 더 높여서 우리 팀이 보다 수월하게 점수를 뽑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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