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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유해진이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전했다.
유해진은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를 통해 독립군으로 변신했다. 1920년 6월, 일본 정규군에게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 ‘봉오동 전투’에서 유해진은 전설적인 독립군 황해철 역을 맡았다. 동료들에게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항일대도를 휘두르며 범접할 수 없는 칼솜씨를 가진 황해철을 연기한 유해진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유감 없이 드러냈다.
‘봉오동 전투’는 이같은 배우들의 호연을 통해 15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 궤도를 달리고 있다. 유해진은 작품에 대해 “시나리오부터 좋았고, 통쾌함도 있다. 그런데 워낙 전투신도 많고 산에서의 모습이 잘 그려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연기를 매번 힘주며 할 수는 없었기에 균형을 잘 잡아가며 해야 했다. 한 무리를 이끌어가는 우두머리고, 전투할 때는 카리스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유연함도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유해진의 말처럼 ‘봉오동 전투’는 전투신이 작품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기에 끊임없이 산에 오르고, 액션이 이어졌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누구보다 ‘산 사랑’이 빛나는 유해진에게는 오히려 즐거운 일이었다. 그는 “산에 가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산 신이 많아 힘든 점은 없었다. 오히려 하면서 좋았다.(웃음) 독립군 분들이 매일 생사가 오가는 그런 삶을 사셨지만 때로는 감자도 쪼개 먹고 가족들의 이야기도 하며 나름의 환기를 할 수 있는 일상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리를 이끌고 나가는 리더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덕목이었을 것 같다. 치열하게 싸울 것 같다는 범위 안에서 적당히 유연한 웃음도 필요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말했다.
연기 뿐 아니라 외적으로도 독립군 황해철이 되기 위해 힘썼다. 유해진은 캐릭터의 외적인 부분에 대해 “짧은 머리를 되게 좋아했는데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머리를 맘대로 자르지 못했다. 마침 이 작품을 만났고 분장 실장님이 짧은 머리 스타일을 제안했다. 배역과도 잘 맞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상도 고증을 거친 것이었는데, 머리 스타일과도 잘 매치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극중 큰 칼을 들고 유려한 액션을 펼친 유해진은 “우리끼리 ‘쾌도 난마’라고 말한 분노의 칼부림 장면이 멋있고, 힘들었다. 원신연 감독님도 예전에 액션을 하셨기에 공을 들였던 부분이다. 정말 모두의 공이 들어간 통쾌한 장면이었다. 그래서 좋았다”고 명장면으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칼이 정말 무겁더라. 기교를 부릴 수도 없고 힘 있는 액션이 필요했는데 손에 힘을 키워야 했다. 처음에 칼을 들어보고 실제 독립군 분들은 어떻게 이것을 드셨을까 생각을 했다. 힘들었다”고 솔직한 고충을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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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현장에서 선배로서 유해진의 고민도 있었다. 그는 “예민한 감정신을 연기할 때는 예민한데, 늘 예민하게 있고 싶지 않았다. 저도 숨을 쉬어야 하지 않나. 무게를 잡고 있으면 후배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때로는 ‘내가 너무 예민하게 있나’ 싶을 때도 있어서 많이 까불 때도 있다. 하지만 신중한 장면에 있어서는 진지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 선배가 되는 것이 연기 뿐 아니라 생각할 부분도 많고 쉽지 않다”고 자신의 고민을 말했다.
‘봉오동 전투’는 현재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시국과 맞물려 많은 이들에게 ‘꼭 봐야할 영화’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국심을 고취 시키는 신파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이에 유해진은 “모든 면이 날카로워지고 있는 것 같다. 서로에게 상처만 줄텐데. 조금은 둥글둥글한 시선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분들에 따라 다를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해, 우리에게 이름조차 제대로 남아있지 않고 숫자로만 남아 있는 그런 분들이 계셨기에 ‘봉오동 전투’에서 승리하게 됐고, 독립해서 살아가게 됐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이런 분들이 계셨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작품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 분들에 대해 다시 되짚어보자는 의미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봉오동 전투’ 뿐 아니라 ‘택시운전사’, ‘1987’, ‘말모이’ 등 근현대사의 이야기를 다룬 의미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유해진이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묻자 “배우는 다양하게 이것 저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때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필요한 작품이라 생각하고, 좋은 의도라 생각하면 한다. 메시지의 의미를 찾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것 같다. 끌리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제 일이라 생각한다. 근현대사 영화를 촬영하며 조금씩 책임감도 느껴지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거대한 것보다는 때로는 웃음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사명감 보다는 이런 작품을 통해 좋은 효과가 있었다면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소신 있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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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