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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T 강백호(20)가 데뷔 2년 만에 첫 타이틀 홀더에 중이다. 그것도 타격왕이다.
중장거리 타자 이미지가 강한데다 ‘다소 거친 스윙을 한다’는 지적을 받던 강백호는 지난 19일 현재 타율 0.351로 부동의 선두를 질주 중이다. 오른 손바닥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43일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복귀 후 9경기에서 홈런 두 방을 포함해 15안타 7타점 타율 0.469로 빼어난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는 탓에 배트도 특별제작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노력하는 천재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강백호는 배트 노브에 오른 새끼손가락을 걸치고 타격을 했다. 헤드의 원심력을 극대화하려는 장타자들이 즐겨 잡는 방식인데, 손바닥 부상 이후에는 노브를 감싸쥐고 타격하기 어렵다는 게 강백호의 설명이다. 빗맞았을 때 손바닥에 전해지는 울림이 엄청나게 커서 통증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대신 배트를 0.5~1인치 가량 길게 주문해 손잡이 부분을 밴드로 감아 노브 끝에 손가락을 올리는 것과 비슷한 감각을 만들었다. 실제로 강백호의 타격모습을 보면 배트 끝에서 손가락 한 개 가량 공간을 두고 쥔다. 매번 정타를 칠 수 없으니 손바닥 울림 현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다.
기술적으로도 지난해보다 유인구에 대응하는 기술이 향상됐다. 볼을 골라내는 능력뿐만 아니라 손을 놓거나 몸을 일찍 돌려 원하지 않는 공을 커트하는 능력이 향상됐다. 홈런 수는 줄어들었지만 장타율은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인구 반발력 변화에 따라 스윙에 변화를 준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87경기에 출전했을 때 홈런 17개를 쏘아 올리면서 50타점 64득점 타율 0.290을 기록했다. 2루타 21개를 때려냈고 28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올해는 87경기에서 홈런 10개를 때려냈고 45타점 62득점 타율 0.351다. 눈에 띄는 대목은 볼넷을 46개나 골라냈다는 점이다. 상대 배터리가 경계하기도 했지만, 주로 리드오프로 나서던 지난해보다 중심타선에 배치된 올해 나쁜 공을 참아내는 능력이 향상됐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 0.349(87경기 기준)에 그쳤던 출루율이 0.430까지 수작 상승한 게 이를 입증한다.
출루율이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의미는 타석 수를 자연스럽게 아꼈다는 뜻이다. 똑같이 10번 타석에 들어서서 안타 3개를 때려냈다고 가정하면, 볼넷 두 개를 골라낸 타자는 8타수 3안타로 타율 0.375가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안타 26개를 더 때려내고 18개의 볼넷을 더 골라냈으니 타율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영리하게 2년차 징크스에 빠지지 않을 전략을 세웠다는 뜻이다.
강백호는 “지난해에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타격을 했는데 올해는 볼을 더 많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초구에 배트를 내미는 빈도가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볼카운트 싸움을 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출루율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인구 영향, 타순변화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전략을 수정했고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셈이다. 실제로 강백호는 올시즌 384번 타석에 들어서 초구에 48번 반응했다. 3~5번째 공에 213번 반응한 것과 비교해도 초구를 참아내는 능력이 향상된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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