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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T가 파죽의 5연승을 질주하며 20일 현재 후반기 승률 1위(0.571)를 달리고 있다. 마무리 이대은을 중심으로 불펜 필승조가 후반기 21경기에서 팀 방어율 2.42로 뒷문을 든든히 지켜준 게 가장 큰 동력이다.
KT 불펜진은 후반기 21경기에서 63.1이닝을 나눠 던졌다. 팀이 소화한 전체 이닝의 30% 이상 책임졌다. 단순환산하면 후반 3이닝은 거의 매경기 불펜진이 나눠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홈런 두 방을 포함해 55개의 안타를 내줬고 18점(17자책)을 줬다. 18실점은 후반기 최소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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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대목은 KT 불펜진이 다른 구단에 비해 적은 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이다. 키움 불펜진이 22경기에서 88.2이닝을 소화해 KT보다 25.1이닝을 더 던졌다. 불펜진뿐만 아니라 선발진이 승패를 떠나 버텨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KT 이강철 감독의 뚝심이 녹아있다.
이 감독은 “불펜 투입과 교체 시기를 선택할 때 투수가 얼마나 편안한 상황에서 던질 수 있는지를 먼저 고려한다”고 말했다. 가령 좌타자에 약한 투수라면 상대 타순과 활용할 수 있는 대타 카드 등을 들여다본 뒤 교체시기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짧게는 한 타자, 길게는 1이닝을 더 소화해야 할 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팀에 이득이라는 게 이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이 감독은 “위기를 맞으면 물론 제일 강한 투수를 먼저 투입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면서도 “강한 투수를 조기에 투입해서 위기를 벗어나더라도 박빙 상황에 변화가 없으면 그 뒤에 오는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 대신 마무리가 아닌 셋업을 먼저 기용해 위기를 막아내면 이후에 찾아오는 위기에서 더 강한 투수를 기용해 막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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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만으로 단순하게 들여다보면 주권은 득점권 피안타율 0.189, 중심타선 피안타율 0.181, 좌타자 피안타율 0.221이다. 김재윤은 득점권에서 0.250이고 중심타선을 상대로 0.259의 피안타율을 갖고 있다. 김재윤은 주자가 있을 때 0.276를 허용했고 주권은 득점권에서 0.189로 매우 강했다. 같은 상황이라면 이닝 교대와 동시에 김재윤을, 주자가 쌓였을 때 주권을 투입해 투수 스스로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다.
코칭스태프가 뚜렷한 원칙을 갖고 마운드를 운용하다보니 투수들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게 됐다. 1점 차 뒤진 경기 후반 실점 위기에서 좌타자부터 시작하는 위기라면 주권이, 우타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김재윤이 마음의 준비를 한다는 의미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명확한 임무를 인지하고 있으면 마음가짐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연투와 투구 수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도 코칭스태프와 투수들간 신뢰가 형성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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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험을 발판삼아 점점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지만, 창단 후 처음 다가온 가을잔치 참가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도 이 감독의 솔직한 속내다. 이 감독은 “8월달까지 5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으면 9월부터는 3연투까지 불사해서라도 잡을 경기는 잡아야 한다. 시즌 막판에는 말그대로 총력전”이라고 강조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