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감독대행
KIA 박흥식 감독대행, 롯데 공필성 감독대행. 광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KIA 김기태 감독은 지난 5월 16일 광주 KT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자진사퇴 했다. 이유는 최하위로 떨어진 성적. 그는 2020년까지 임기가 보장되어 있었지만, 스스로 물러났다. 우승 사령탑의 불명예 퇴진이었다. 5월 17일 부터 박흥식 2군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박 대행은 이후 시즌종료까지 4개월 이상 팀을 이끌고 있다.

박 대행은 갑작스럽게 1군을 맡게 되었지만, 오랜 경력의 지도자답게 팀을 빠르게 안정시켰다. 특유의 소통을 바탕으로 베테랑을 중용하고 신인을 과감하게 발굴해 기용했다. 코칭스태프와도 원활하게 소통했다.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고 코치들에게 책임을 맡겼다. 박 대행의 장점이 드러났다.

롯데 이윤원 단장과 양상문 감독은 지난 7월 19일 자진사퇴했다. 구단 운영의 핵심인 단장,감독이 시즌 중에 동반 사퇴한 극히 이례적인 사태였다. 양상문 감독은 “강한 ‘원팀(One Team)’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기대에 많이 부족했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전반기를 꼴찌로 마친 롯데는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롯데는 공필성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 공 감독은 부임과 함께 베테랑 중용과 더불어 코치진 개편으로 소통을 강화하는 것을 화두로 내걸었다. 단장 공석으로 즉시 전력감 트레이드 등 내부 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단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11일 기준으로 KIA는 7위, 롯데는 10위에 머물러 있다. 성적은 사령탑의 족적과 더불어 감독 대행이 가지는 뚜렷한 한계를 보여준다. 대행은 상대적으로 권한과 권력이 적다. 대행이 팀성적까지 치켜세우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팀내 흐트러진 분위기를 추스르는데도 많은 공력이 들어간다.

과연 올시즌 종료후 감독 대행은 자신의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박흥식, 공필성 감독 대행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능력은 있다. 사실 팀성적은 감독의 역량으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 시스템과 전력싸움이다.

KIA와 롯데 구단은 “시즌중이라 차기 감독에 대한 얘기를 하는게 예의가 아니다”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감독 자리를 놓고 양 팀 주변에 이미 바람몰이가 포착된다. 복마전 양상으로 번질 기미가 충분하다.

지난해까지 KBO리그엔 총 25명의 감독 대행이 거쳐갔다. 이중 정식 감독으로 승격된 사례는 14차례 있었다. 가장 최근은 2011년이다. 이만수 감독대행이 시즌종료 후 감독으로 승격했다. 그해 8월 17일 SK 김성근 감독이 시즌종료 후 감독직 사임의사를 밝혔다. 구단은 다음날인 18일 김성근 감독을 전격해임했다. 그리고 이만수 2군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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