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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A대표팀에 박항서 감독이 있다면, V리그엔 정해성 호치민 시티 FC 감독이 있다.
정 감독이 이끄는 호치민은 20일 베트남 호치민의 쏭낫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V리그 24라운드 사이공 FC와의 홈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골 퍼레이드를 벌이며 승리한 호치민은 리그 2위를 확정했다. 승점 45를 확보한 호치민은 3위 탄쾅닌(35점)에 7점 앞섰다. 앞으로 남은 2경기에서 역전이 불가능한 차이다. 우승은 절대강자 하노이FC가 차지한 가운데 호치민은 하노이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예선을 통과하면 AFC컵 본선행 자격을 확보하게 된다.
불과 지난 시즌까지 호치민은 리그의 약체였다. 2017년과 2018년 최종 순위는 강등권 바로 위인 12위였다. V리그에는 14위가 2부 리그로 다이렉트 강등을 당하고 13위가 2부 리그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벌이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호치민은 V리그 출범 초기였던 2002년과 2004년 우승을 차지할 정도의 강호였으나 이후 하락세를 타 2~3부 리그를 전전했다. 2016년 2부 리그 챔피언에 올라 1부 리그에 승격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부실했던 호치민은 정 감독 부임과 함께 달라지기 시작했다. 호치민은 리그 내의 능력 있는 선수들을 곳곳에 수급하며 전력을 업그레이드 했고, 이들을 하나로 묶어 능력을 극대화 할 지도자로 정 감독을 선택했다. 정 감독은 K리그와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쌓은 풍부한 경험과 지난 시즌 호앙아인잘라이에서 얻은 베트남 축구의 대한 지식을 살려 호치민을 경쟁력 있는 팀으로 변모시켰다. 여기에 아시아 축구 경험이 풍부한 젊은 지도자 김태민 코치가 정 감독을 보좌했다. 정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하며 힘을 보탰다.
이들이 힘을 합친 결과 호치민은 24경기에서 13승6무5패, 38골26실점이라는 균형 잡힌 성적으로 팀의 준우승을 견인했다. 우승팀인 하노이의 경우 간판 스타인 응유옌 꽝하이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팀이라 넘기 어려웠으나 나머지 팀들과의 경쟁에서는 우위를 점하며 승격 후 처음으로 상위권에 오르게 됐다. 말 그대로 명가의 부활을 이끈 셈이다.
공교롭게도 호치민의 전임 사령탑은 일본 출신의 미우라 토시야 감독이다. 호치민은 일본 감독을 경질하고 한국 지도자를 선임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미 박항서 감독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베트남에 ‘축구 한류’가 강해진 또 다른 배경이다.
정 감독과 호치민의 계약은 올시즌을 끝으로 종료되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재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정 감독 측 관계자는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호치민에서도 정 감독의 지도력과 성과에 만족하고 있다. 기대했던 대로 팀이 잘 만들어진 만큼 큰 이변이 없는 한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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