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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운동이든, 일이든 즐기는 자를 이길 방법은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학배구 최강자 자리에 오른 중부대는 송낙훈 감독 지도 아래 선수들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매 순간 경기에 집중하고 즐긴 중부대는 지난달 27일 경기대와의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대학배구 U-리그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환호를 지를 수 있었다. 지난해 통합 우승 차지하며 신흥 강호로 떠오른 중부대는 이번 시즌에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전통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어떤 스포츠든 ‘디펜딩 챔피언’은 경쟁자들의 견제로 이전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쉽지 않다. 이를 뚫고 정상의 자리를 유지한 중부대는 명실공히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바로 이어진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체전) 남자 배구 대학부에서도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U-리그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한양대에 무릎 꿇긴 했으나 중부대가 U-리그뿐 아니라 체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던 건 운동을 즐겼기에 가능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어려움…“시즌 초반 어려웠다”중부대는 지난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성균관대를 잡아 창단 첫 우승이자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해 세터상을 받은 김광일부터 2019 아시아청소년 남자 21세 이하(U-21) 배구선수권대회 준우승 주역인 미들블로커 김완종, 지난달 16일 삼성화재행을 결정지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김동영, 윙 스파이커(레프트) 여민수 등이 활약했다.
올해 ‘디펜딩 챔피언’으로 맞는 첫 시즌은 중부대에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조선대와 U-리그 첫 경기 이후 중부대는 내리 3연패에 빠졌다. 중부대 전력을 파악한 상대 팀들의 집중 견제가 심했던 탓이다. 하지만 중부대는 남은 경기에서 6연승을 거두고 정규리그 2위(7승3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송 감독은 “우리 초반 페이스가 좋지 못했다. 지난해 성적을 내니까 주위에서 관심을 보였고 이것이 보이지 않는 부담으로 다가온 것 같다. ‘이겨야 된다’는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처음으로 돌아가자. 배구를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하자’고 주문했다. 선수들과도 소통해서 부진을 이겨내려 노력했다. 서로 믿고 기다려야 했다. 조급했으면 페이스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었다. 기다렸다. 그러니 동계 훈련 때 준비한 경기력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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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낙훈 감독이 말한 중부대 2연패 비결
시즌 초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송 감독이 선택한 선수단과 소통은 적중했다. 팀워크가 중요한 구기 종목 특성상 선수단의 응집력이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서 중요했다. 송 감독은 “이겨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 부담이 된다. 선수들에게 ‘그냥 즐기자’, ‘대학생의 패기, 열정을 보여주자’, ‘너희들은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며 “다른 학교에 비해 신장은 작지만 나름 조직력 있는 배구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다른 팀에 밀리는 높이보다 서브나 기본에 충실한 배구를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오랜 전통을 지닌 한양대, 성균관대 등 학교에 비해 중부대는 짧은 역사가 최대 약점이었다. 하지만 송 감독은 선수들의 단점보다 장점을 살리는 방법으로 대학 배구 2연패 결과를 이뤄냈다. 송 감독은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피드백해주며 장점을 살렸다.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적재적소에 칭찬을 활용하면 선수들이 부족해도 남들보다 잘하는 한 가지를 갖게 된다. 그게 자신감으로 발휘되고 조직력으로 이어진다. 경기력이 조직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귀띔했다.
중부대는 중요한 순간마다 에이스 김동영과 여민수의 서브가 터졌다. 경기대와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도 두 에이스 쌍포로 승리할 수 있었다. 송 감독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승부를 걸었다. 자신 있는 서브도 중요한 순간 나왔다. 챔프전은 결국 서브로 시작해서 서브로 마무리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고비 때 나왔다”며 “표현하기로는 서브지만 다르게 보면 응집력이 있었기에 자신감 넘치는 서브도 가능했다. 마지막 순간 서브자는 부담이 클 수 있다. 그래도 서브를 기다리는 선수들 모두 서브자를 믿고 격려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2연패 비결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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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 지방대 아닌 잘하는 팀 만들고 싶어” 에이스 여민수의 목표
여민수는 지난 시즌에 이어 팀이 2연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시즌 전체 공격 성골률(57.58%) 1위, 서브 2위(세트당 0.406개)를 차지한 그는 U-리그 MVP에 올랐다. 여민수는 “우승팀에서 잘해야 주는 상인데 내가 받아서 기쁘지만 아직은 과분한 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와 함께 팀의 쌍포를 맡은 김동영은 전체 득점 2위(202득점), 서브 1위(세트당 0.514개)를 기록했다. 김동영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프로 무대로 자리를 옮긴다. 이제 여민수가 중부대를 이끌어야 한다. 그는 “내년엔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해야 한다. 나도 이제 고학년이니까 후배들을 잘 이끌어야 할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중부대는 대학 배구의 다크호스로 성장했다. 여민수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항상 부담과 압박을 주기보다 즐겁게 경기하라고 말한다”며 “우리는 신생팀이니깐 역사를 만들어가라고 감독님이 그랬다. 그래서 우리가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목표는 우승이다. 그것만 바라보고 갈 것이다. 매 경기 후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특히 중부대의 역사를 만들고 싶은 의지를 피력했다. 여민수는 “중부대하면 ‘지잡대(지방 잡대)’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잘하는 팀으로 바꾸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내년에도 열심히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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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의 역사와 전통 만들기는 ‘~ing’
지난 2012년 12월 창단한 중부대는 이듬해부터 U-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7시즌 경험한 중부대는 이 중 2차례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신흥 강호’로 불릴만하다. 송 감독은 “우리는 대학배구 후발주자다. 전통있는 다른 팀의 좋은 모습을 보고 배우려 한다. 전통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매 순간 이겨내는 힘이 있다. 그게 전통”이라며 “우리는 잘할 때 잘하지만 부진할 때는 허무하게 무너질 때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역사가 있는 팀을 보고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감독은 팀의 전통 만드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대학배구는 말 그대로 대학생이 즐기는 하나의 문화다. 선수 이전에 학생이라는 신분이어서 U-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셈이다. 송 감독은 “모든 선수가 프로로 전향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꿈을 심어줘야 하는 게 지도자의 몫”이라면서도 “대학 생활에서 꿈과 재능을 보이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이곳에서 사회에 나갈 많은 준비를 한다. 배구가 목적인 부분보다 이를 토대로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부대의 전통을 ‘즐기는 배구’로 만들고 싶은 송 감독이다. 그는 “선수들이 스스로 자기계발하면서 부담 없이 즐기는 배구를 하면 자기도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재능도 확인한다”며 “코치들도 선수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엄마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코치 본인들도 연구하고 지도 스타일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지도자와 선수 모두 경험하면서 함께 전통을 만들고 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칠 수 있다. 다만 선수들과 즐겁게 지내고 싶다. 꿈도 찾아주고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다”고 바람을 남겼다.
pur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