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에서 연이어 결함이 발견돼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내부에 ‘녹색줄’이 생기는 결함에 이어 이번에는 메인 화면 중앙에 검정 실선이 생겨 마치 두개의 화면인 것처럼 분리돼 보이는 결함이 발생한 것이다. 발견된 결함 증상 대부분이 지난 4월 화면 결함으로 출시를 연기했던 때와 비슷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를 알린 소비자들 모두가 사용한 지 한달이 채 안됐고, 떨어뜨리는 등 외부 충격이 전혀 없었는데도 삼성전자 측은 외부충격에 의한 고객 과실로 문제 삼으면서 막대한 수리비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
◇사용한지 2주만에 검정색 줄, 블랙아웃…소송 준비 나서
스포츠서울에 제보한 갤럭시폴드 구매자 이씨는 “지난 4일에 사전구매로 갤럭시폴드를 받아 사용했는데 2주째인 18일에 검정색 줄이 생기더니 30분이 지나서는 완전히 먹통이 됐다”면서 “대리점에 연락하고 다음날 서비스센터를 갔는데 14일이 지나서 교환이 불가능한데다, 고객 과실이기 때문에 더욱 무상수리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폴드가 비싼 제품인 만큼 험하게 다루지 않았고, 뜨개질한 보호케이스까지 직접 만들어서 조심스럽게 사용했다”면서 “그런데도 삼성 서비스센터는 액정파손으로 규정내려, 유상수리해야한다고 안내했다. 또 서비스센터에서 어떤 여성 손님은 손톱으로 화면을 톡 쳤는데도 액정이 파손돼 자부담을 수리받았다고 알려주면서 무상수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더 화가 났던 이유는 센터에서도 본인들이 봐도 (제가) 파손한 것 같진 않은데 본사 규정이 있어서 어쩔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고객 과실로 판정됨에 따라 이씨에 청구된 수리비는 65만원이다. 서비스센터 직원의 말에 따르면 폴더블폰은 기존에 나온 스마트폰과 달리 액정구조가 달라 힌지부분까지 교체해야해 수리비 부담이 크다. 삼성전자 대응에 실망한 이씨는 결국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제보해 해당 사안에 대해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소비자센터에서는 해당 사례 파악을 위해 소비자와 삼성측 모두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삼성전자가 과실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원인규명을 할 때까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를 위해 폴더블폰을 준비중인 화웨이나 애플 등 해외 전문 연구기관에 맡겨 의뢰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갤럭시폴드 판매 물량이 극히 한정적이여서 피해사례가 과거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때처럼 많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소송으로까지 번져 품질 논란이 불거지게 되면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
|
◇연이은 불량제보에 삼성전자 “외부 충격 가해 생긴 고객 과실”
갤럭시폴드 불량 제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까지 보도된 제보만 세 차례가 넘는다. 갤럭시폴드를 접는 가운데 부분에 녹색 세로줄이 나타났다는 제보에 이어 화면에 검은점 하나와 하얀 실선 두 개가 세로와 가로 방향으로 생겼다는 제보, 화면이 접히는 부분에 세로 방향의 녹색 실선이, 오른쪽 화면 하단에 분홍색 가로 실선이 생겼다는 제보 등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소수 소비자들의 잘못된 사용에서 불거진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문제의 원인은 ‘외부 충격’이라고 짚었다. 특히 이번 제보 사례에 대해서는 액정필름을 소비자가 임의로 벗기면서 고장이 났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측은 “소비자 과실 사례로, 담당 서비스센터와 연락하고 사진 등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제품 하단 필름부분이 벗겨지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필름 들뜸현상이 발견됐는데, 새로 출시한 제품은 일반 보호필름이 아니라서 정상적 사용 환경에서는 들뜸현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심지어 미국에서 12만번 테스트할 때도 이러한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보호필름을 붙였다거나, 손으로 긁는 등 과정에서 손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발생한 화면의 녹색줄 현상에 대한 사례도 외부 충격에 의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가 제보자의 제품을 육안으로 직접 확인해본 결과 갤럭시폴드 필름은 제품 자체에 밀착된 상태였고, 들뜸현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제품 중간 힌지 부분은 외부 손상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고 후면 디스플레이는 현재까지 정상 작동됐으나 전면 디스플레이는 전원을 켜도 화면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5분도 안돼 발열증상이 나타났다.
이씨는 “보호필름을 따로 붙이지도 않았고, 필름을 뜯지도 않았다”면서 “센터에서는 필름 얘기는 전혀 꺼내지 않았고 액정화면이 파손됐다고 얘기했다. 한번도 떨어뜨리거나 심한 충격을 가한 적이 없다. 239만원대 비싼 폰을 굳이 험하게 쓸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따로 고객 응대 매뉴얼이 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14일 이내에만 무상 교환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소보원에도 문의하고, 자꾸 문제제기를 하니까 다시 30일 이내 교환도 가능한 내부 규정이 있다면서 다시 교품증을 가져오라고 따로 이야기를 해줬다. 교품증을 받으러 갔더니 무상교환이 되는 교품증은 소비자 과실이라 안된다고 말했다. 결국 본사에게까지 연락하니 사업부에서 무상수리를 제안했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이러한 행태를 보니 화가나서 수리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패널 손상의 문제 가능성 커…소송번지면 신뢰 추락 우려”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원인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불량 사례들에 대해 지난 4월 발견된 화면보호막과 힌지부분의 취약성으로 생겼다는 원인이 아닌 디스플레이 및 소프트웨어 등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폴더블폰 구조가 접었다 펴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 내부에서 충격이 가거나 회로에 손상이 갔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럴 경우 녹색줄 등 줄이 보인다. 보통 패널 옆 사이드 부분이나, 가장자리 부분에 충격이 가거나 파손이 가면 녹색줄, 흰줄 등이 직선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갤럭시폴드의 경우 일반 스마트폰보다 수요가 한정적이라서 불량사례가 많이 보이지 않지만, 최근 연이어 이러한 불량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며 “출시 전 미국 리뷰용 제품에서 발견됐던 불량 사례와도 비슷해 보인다. 갤럭시 수량을 적게 판매한 이유도 예상되는 불량 절대 건수를 적게 만들기 위한 꼼수가 아닐까 싶은 의심까지 든다. 만약 소송으로까지 번지면 삼성의 신뢰도에도 큰 타격이 될 것”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은 이번에 처음 나온 제품이라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원인을 명확히 모를 수 있다. 폴더블폰 만드는 것부터가 일반폰 대비 매우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처음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제조사가 무조건 소비자 과실로만 모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럴 경우 무상 AS 등 차선책을 제안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