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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 | 신세계그룹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은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중간자 포지셔닝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유통업계에서 ‘전략가’ ‘승부사’로 통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무겁게 던진 경영 화두다. 자신이 가치를 크게 느끼는 영역에서 소비를 늘리는 반면, 그렇지 않은 영역에선 철저하게 돈을 아끼는 ‘스마트한 고객’ 때문에 시장에는 ‘초저가’와 ‘프리미엄’두 가지 형태만이 남을 것이라고 정 부회장은 전망했다. 또한 그는 “우리의 사업 방식은 과거에는 우리의 성공 요소였으나, 현재는 남들과 크게 차별화되지 못하고, 어중간한 상황에 놓여있다”라고 회사를 진단했다.

그의 신년사는 매섭고 시의적절했던 하나의 예언이라 평가된다. 실제로 이마트는 올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정 부회장은 상시적 초저가 추진으로 ‘중간자’ 이미지 벗기에 나섰고 3분기엔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상시적 초저가는 온라인으로 향한 고객들의 발걸음을 오프라인으로 돌렸다.

◇ 구조적 혁신…‘스마트한 초저가’ 탄생

정 부회장은 단기적인 가격 대응이 아니라 기존과 전혀 다른 원가 구조와 사업 모델을 만들고, 상품 개발부터 제조·물류·유통·판매 등 모든 과정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스마트한 초저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마트의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프로젝트는 철저한 원가분석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상시적 초저가 구조를 확립한 상품을 선보였다. 동일 또는 유사한 품질 상품에 비해 가격은 30~60% 가량 저렴하며, 한번 가격이 정해지면 가격을 바꾸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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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2014년 4월 연세대학교 강당에서 진행한 ‘2014 신세계 지식향연’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가장 우선적으로 상품군별 고객의 구매빈도가 높은 상품을 선정한 후 해당 상품에 대해 고객이 확실히 저렴하다고 느끼는 ‘상식 이하의 가격’을 ‘목표가격’으로 설정했다. 이후 △평소 대비 5~10배 가량의 물량을 추가로 매입하는 압도적인 대량매입 △신규 해외소싱처 발굴 △상품 매입 프로세스 최적화 △업태간 통합매입 등을 통해 구조적으로 원가를 낮췄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8월 지속적이고 상시적 운영이 가능한 초저가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을 론칭했다.

이마트는 지난 8월 1일부터 10월 14일까지 매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의 1회 평균 구매금액은 7만1598원으로, 비구매 고객 4만9070원 대비 46% 높았다. 기존 이마트가 아닌 타채널에서 구매하던 상품을 다시 이마트에서 구매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 블프·광군제 넘는 쇼핑축제 히트…‘대한민국 쓱데이’

정 부회장은 지난 2일을 ‘대한민국 쓱데이’로 정하고,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의 ‘광군제’에 버금가는 대한민국 대표 쇼핑 축제를 선보였다. 생필품부터 프리미엄 명품은 물론 호텔, 외식, 레저, 문화생활에 이르는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참여하는 쇼핑 축제를 통해 고객들의 쇼핑과 라이프스타일에 실질적인 혜택을 높이고, 국내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하기 위해서다.

이번 행사에는 최초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비롯해 SSG닷컴, 신세계푸드, 신세계면세점,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TV쇼핑,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사이먼, 까사미아 등 신세계그룹의 18개 계열사가 모두 참여했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신세계그룹이 가진 모든 유통 역량과 노하우를 쏟아 붓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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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신세계가 운영하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의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 참석한 정용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신세계그룹

‘대한민국 쓱데이’ 행사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늘어난 4000억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모두 600만명의 고객이 쇼핑을 즐겼다. 특히 이마트를 찾은 고객은 약 156만명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71%, 구매고객 수는 38%로 늘어 났으며, SSG닷컴 역시 매출은 163%, 고객은 131% 증가하며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록했다.

◇ 유통업 포화…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돌파구 마련

다양한 유통 채널의 발달과 각종 규제 등으로 유통시장이 장기적 저상장 국면에 돌입한 상황. 정 부회장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적극적인 신사업 전개로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먼저, 신세계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 효율성을 높이고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올 한해 이마트는 서울 창동점을 포함해 12개의 매장에 전문점을 입점시키는 등 리뉴얼 작업을 통해 새로워진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였다. 기존 점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을 트렌드에 맞게 변화시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리뉴얼을 진행한 12개 점포의 리뉴얼 후 한달간 평균 매출은 기존대비 약 17%로 늘어 났으며, 이는 이마트의 할인점 부문의 올해 상반기 매출 신장률인 2.9%에 비해 약 14%p 높게 나타난 수치다.

또 정 부회장은 테마파크 신사업에 도전한다. 올해 8월 신세계는 경기도와 화성 송산그린시티 테마파크 개발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약 419만㎡(약 127만평)의 부지에 글로벌 관광도시를 조성하는 것으로, 신세계는 이번 사업에 총 예산 4조5000억 규모를 투자해 숙박·쇼핑·레저·액티비티 기능을 집약한 동북아 대표의 글로벌 테마파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예상 방문 관광객은 연간 3000만 명 이상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간 신세계그룹의 노하우를 집약해 다양하고 독창적인 콘셉트를 적용해 국내외 고객들이 꼭 방문하고 싶어하는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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