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12월 3일, 도대체 왜 계엄령을 선포했을까. 도무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미 엄청난 권력을 장악한 대통령이 굳이 군대를 이끌어 입법 기관의 상징인 국회를 장악하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사자가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정황을 소상히 밝히진 않아, 추론만 빗발치고 있다.
12일 개봉한 영화 ‘퍼스트 레이디’는 8개월 전 제작을 완료했음에도, 마치 계엄 정국을 기다렸다는 듯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영화는 대통령과 영부인에 대한 이야기다. 어리석은 대통령 뒤에 사악한 영부인이 있었다는 것. 그와 관련된 각종 사기 사건과 주가 조작, 무속 정치, 디올 백 사건 등 숱한 논란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본 MZ 관객 사이에선 ‘계엄 프리퀄’이라는 수식어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주요 장면은 이명수 기자와 김건희의 통화, 최재영 목사와 김건희의 만남이다. 평소 누님과 동생으로 지낸 이 기자와 김건희의 대화와 김건희에게 숱한 선물을 건네 준 최 목사의 대화는 일맥상통한다. 김건희는 어줍잖게 나라를 걱정하는 척 뻔뻔한 거짓말을 던진다. 방금 전한 말과 상충하는 말을 은연 중에 내뱉는다. 허황된 표현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영락없는 사기꾼이다. 대한민국 영부인이 그랬다.
제작진은 시사회 다음날 서울의 소리와 이명수 기자를 압수수색하는 등 정부의 압박을 예견해, 매우 폭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다수 거세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영부인이란 사람의 수준이 추악하다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때론 너무 뻔뻔한 태도에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그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고 위기를 빠져나가려 하는지, 여당 국회의원들이 김건희를 어떤 방식으로 비호하는지, 대통령 위에 군림하고 있는 퍼스트 레이디의 실체를 눈으로 볼 수 있다. 정치 고관여층에겐 이미 숱하게 들었던 장면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며, 저관여층에겐 도무지 풀리지 않는 계엄령 선포의 이유와 배경이 정리되는 자료가 된다.
다큐멘터리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주인공 격인 이명수 기자와 최재형 목사를 비롯해 장인수 전 MBC 기자, 최강욱 전 국회의원 등 반가운 얼굴이 자주 등장한다. 21년 간 김건희 일가와 소송전을 벌인 정대택 사장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겨우 30여개 스크린에서 출발해 어느덧 140개관을 배정받았다. 저예산 다큐멘터리지만 가까운 영화관에서 적잖이 상영한다. 개봉 10여일이 지났음에도 일일 5000명 상당의 관객이 동원되며, 23일 기준 누적관객수는 6만6000명을 넘겼다. 매우 뜨거운 반향이다.
김훈태 오늘 픽쳐스 대표는 “우리가 살다보면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잘못된 투표를 하게 된다. ‘퍼스트 레이디’는 잘못된 투표의 결과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제작을 완료한 건 지난 4월 무렵이다. 그 이후에도 수 없이 많은 사건 사고가 청와대에서 터졌다. 명태균 게이트부터 계엄까지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원래는 확장판을 만들까 했는데, 한 편을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intellybeast@sportss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