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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음원 사재기 의혹’에 뮤지션들이 호응하고 나섰다. 이미 가요계 전체가 ‘불신의 늪’에 빠져있다는 의미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재기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등 시장 질서가 어지러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검찰·경찰 등이 강제성 있는 조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박경이 지난 24일 SNS를 통해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불거진 음원 사재기 논란에 래퍼 마미손은 노래로, 가수 성시경과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드러머 김간지는 이에 대한 언급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경은 가수들의 실명을 공개해 이 가수들로부터 명예훼손 피소를 당했다. 박경이 구체적 근거없이 실명을 공개한 행동에 문제가 있고, 언급된 이들 중 피해자가 나오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음원 사재기 의혹’ 파장을 일으키면서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성시경은 지난 27일 KBS 해피FM ‘매일 그대와 조규찬입니다’에 출연해 지인이 겪은 ‘음원 사재기’ 일화를 공개했다. “그런 일을 하는 회사(대행업체에서)에서 작품에도 관여한다고 하더라. 전주도 없애고, 제목도 바꾸라고 한다고 한다. 저희 작품 하는 형이 곡을 준 상황인데 ‘가사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되겠냐’는 얘기를 해서 꺼지라고 했다더라”라는 구체적인 내용이었다.

김간지는 지난 26일 방송된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브로커가 8, 아티스트가 2로 수익을 나누는 구조였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가요계 내부의 ‘사재기’ 의혹 제기는 꾸준했다. JYP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은 지난 2015년 방송에 출연해 “음원 사재기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고, 로꼬와 딘딘도 노래와 발언을 통해 사재기 문제를 공론화 했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뮤지션들이 업계 내부의 치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기획사나 뮤지션간 친분과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유통사와의 관계도 고민해야 한다. 산업 내부 질서와 충돌이 불가피한 것이다”라며 “힙합 아티스트나 베테랑 가수 성시경 처럼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발언의 제한을 받지 않는 뮤지션들 위주로 소신발언이 이어지는 것은 이런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요계에서 최근 1~2년 사이 음원 사재기 의혹은 각종 ‘카더라 통신’을 양산하는 등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모두가 알지만 쉬쉬하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사재기를 하지 않은 가수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기고 있다는 점이다. 가수들끼리도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데, 대중은 어떻겠냐. 억울함을 느끼는 가수, 제작자도 많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조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에는 SM, YG, JYP, 스타제국 등이 서울중앙지검에 디지털 음원 사용 횟수 조작행위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지만 피고발인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지난해에도 숀과 닐로의 음원 사재기 논란이 일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에 나섰지만 “행정기관이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사실상 두 손을 들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책임감을 느낀 고발인이 나서고 싶어도 피고발인을 특정하거나, 직접 증거 수집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정부나 수사기관의 강제성 있는 조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다. 음원사이트의 데이터 원본에 대한 데이터 전문가들의 조사, 검찰이나 경찰의 조사가 병행돼야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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