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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양승동 KBS 사장이 변화하고 있는 공영방송 KBS와 남은 과제들에 대해 답변했다.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양승동 KBS 사장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임병걸 전략기획실장, 김종명 보도본부장, 이훈희 제작2본부장, 황용호 편성본부장이 참석했다.

먼저 이날 양승동 KBS 사장은 “KBS 공영방송에 대한 질책이 아프게 다가왔다”고 운을 뗐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면 ‘KBS 수신료 분리징수’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다. 시청자들의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에 대한 의문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에 대해 양 사장은 뼈아픈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또한 KBS가 더 잘해야 한다는 애정이 담긴 채찍질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성찰과 개선의 목소리에 더욱 귀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수신료 인상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양 사장은 “지금 당장은 본격적으로 수신료 현실화 문제를 꺼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KBS의 신뢰도 향상과 영향력 강화가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KBS가 신뢰를 회복하다면 국민들께서 39년째 동결된 수신료에 대해 좀 더 인식해주시고 현실적인 수준에 대해 관심 가져주실거라 기대하고 준비 중이다. 다만 KBS 콘텐츠를 향상시켜서 신뢰를 얻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적자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이훈희 제작본부장은 “광고의 지상파 점유율이 무서운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 15~20%가 빠져나가는 상황”이라고 위기를 언급하며 “이런 추세를 저희들 자력으로 뒤집어엎기엔 한계가 있다. 최대한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하고 높여서 이 추락의 속도를 최대한 막아내겠다”며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광고 점유율을 높여 KBS 재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고 말했다.

KBS 뉴스는 지난 25일부터 주요 뉴스를 새 앵커와 함께 단장했고, 특히 지상파 최초로 ‘뉴스9’ 메인 앵커로 여성 기자를 발탁했다. 양 사장은 “시대정신과 시청자의 감수성을 존중하고 깊이있는 뉴스를 지향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며 또 오랜 숙원인 지역방송 활동화에 대해서도 “지역국 뉴스의 양과 질을 높일 예정이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여론을 수렴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임병걸 전략기획실장은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를 지역차원에서도 다양화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보도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출입처 제도 혁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기자들의 출입처 폐지는 출입처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받아쓰기적인 관행을 깨자는 부분이다. 단순히 출입처 폐지를 넘어 부정적인 관행으로부터 우리가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가 본질인 거 같다”며 “디지털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을 한번 찾아보고 정답을 찾아가는 길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출입처 제도도 양면성이 있다. 장점까지 버리진 않을 것”이라며 “특히 검찰 관련해서 부작용이 크게 나타났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에 KBS는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기자간담회 현장2

무엇보다 올해는 KBS 드라마의 가능성을 입증한 한해이기도 했다. 상반기 히트작 ‘닥터 프리즈너’와 ‘왜 그래 풍상씨’에 이어 하반기 방송된 ‘동백꽃 필 무렵’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감동으로 공영방송 KBS의 드라마적 가치를 증명했다.

KBS 예능국도 대대적인 개편을 시도 중이다. 오는 8일 첫 방송되는 ‘1박2일’ 시즌4를 시작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배틀트립’, ‘개그콘서트’ 등이 편성 시간대를 변경하고, ‘신상출시 편스토랑’, ‘개는 훌륭하다’,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 등 최신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신규 예능을 대거 편성했다.

양 사장은 “2019년은 콘텐츠에서 뚜렷한 변화가 시작된 한해였다. 젊은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닥터 프리즈너’와 KBS다운 방식으로 전세대에 감동을 선물한 ‘왜그래 풍상씨’, ‘하나뿐인 내편’ 그리고 전 채널을 통틀어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동백꽃 필 무렵’ 등은 주목할만한 성과였다”며 “또한 예능 역시 ‘슈퍼맨이 돌아왔다’, ‘살림하는 남자들’이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고,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편스토랑‘ 등은 예능 명가 재건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이번 주말 돌아오는 ’1박2일‘과 함께 본격적으로 가동될 KBS2 주말편성 변화도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장으로서 주목하고 싶은 지점은 KBS의 드라마와 예능 구성원들의 자신감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몇 년째 이어진 인력 유출 등으로 인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징후여서 더욱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양사장은 KBS의 일련의 변화에 대해 “조급하게 서두르진 않을 거다. 압박감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내부에서의 충분한 토론과 동의가 필요하다 생각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제작혁신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다짐을 전하며 말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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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