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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벤투호’는 1년간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결국 유종의 미를 거뒀으나 쉽지 않은 2019년이었다.
올해 한국 축구대표팀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나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1960년 이후 59년 만의 우승을 기대하며 참가했던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하는 충격 때문이었다. 결과는 물론이고, 내용도 만족하기 어려웠다.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 같은 한 수 아래 팀들을 만나 진땀승을 거뒀고, 15년 만에 8강에서 조기에 떨어져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그나마 부임 후 3개월 만에 치른 대회라 피해갈 그늘이 있었으나 입지가 좁아지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후 A매치에서는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잡는 등 7경기 5승2무로 순항했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2차전까지 2연승을 거두며 무난하게 예선의 문을 열었다. 안방에서 열린 스리랑카전에서는 8-0 대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더불어 5~6월 폴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국민적인 스타로 떠오른 이강인이 A대표팀에 데뷔하며 큰 관심이 쏟아졌다. 손흥민이라는 최고 스타에 초특급 유망주인 이강인의 합류는 대표팀 인기에 불을 지폈고, A매치 7경기 연속 매진이라는 진기록이 탄생했다.
좋은 흐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북한 원정에서 무관중 경기를 하며 고전했고, 이어진 레바논 경기에서 징크스를 깨지 못한 채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어진 브라질전에서 0-3 완패하며 3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월드컵 2차 예선이라는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대회에서 선두 자리를 투르크메니스탄에 내줬다는 점에는 분명한 문제 의식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 경기를 덜 치르기는 했지만 만족하기 어려운 항해임은 분명했다.
위기의 순간 벤투호는 마지막 무대에서 빛났다. 유럽파가 모두 빠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3회 연속 챔피언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한중일 모두 100% 전력으로 나선 대회는 아니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해도 2019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한숨 돌린 채 새해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굴곡 있는 2019년이었으나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대표팀 내부에서는 큰 위기의식 없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각에선 벤투 감독이 지나치게 고집스러운 축구를 추구하고 있다고 하지만, 선수들은 사령탑의 일관성 있는 철학과 주문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주축 수비수로 활약한 김민재는 “밖에서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대표팀 선수들은 만족하며 성장하고 있다. 감독님께서는 소집 때마다 같은 방향으로 팀을 이끌고 가신다. 선수들이 혼란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분명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도 “내가 생각하는 축구 스타일을 반드시 유지하겠다”라며 같은 맥락의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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