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예능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고여있는 것보단 흐르는게 좋고, 가만히 있는 것보단 움직이는게 좋다. KBS 예능국이 대대적인 개편을 택한 이유였다. 그로부터 한달 뒤, KBS 예능의 공격적인 돌파구 마련 시도는 각 방송사들의 시청률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일요일 저녁 예능의 판도를 뒤집으며 선전 중이다.

KBS의 예능 새판짜기는 지난달 8일 ‘1박2일’이 시즌4로 돌아오며 시작됐다. ‘1박2일’이 ‘해피선데이’ 2부 코너로 들어가면서 오후 6시30분 시간대를 지키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는 일요일 오후 9시대로 이동했다.

기대보단 우려가 큰 시도였다. KBS는 지난해 간판 예능이었던 ‘1박2일’ 시즌3가 출연자인 가수 정준영 사태에 책임을 지고 촬영을 잠정 중단하며 위기를 맞았다. 8개월만에 재개를 결정했지만, 낯선 구성원과 제작진에 돌아온 ‘1박2일’이 ‘국민 예능’의 위상을 살릴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다. 무엇보다 편성시간을 옮긴 ‘슈돌’이 오랜 시간 군림해온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의 적수가 될 수 있을지와 아이들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일요일 늦은 밤 방송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우려가 컸다.

그러나 KBS 장수예능의 힘은 기대 이상으로 막강했다. ‘1박2일’은 첫 회부터 시청률 12.5%, 1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일요일 예능 전체 1위에 올랐고, SBS ‘집사부일체’, MBC ‘복면가왕’을 제치고 5주 연속 왕좌에 올랐다. ‘KBS 간판 예능’이란 수식어가 허명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수치다.

잘 견뎌주길 바랐던 ‘슈돌’은 무려 3주만에 ‘미우새’를 꺾고 선두 자리에 올랐다. ‘미우새’가 김건모 논란을 위기를 맞은 틈을 ‘슈돌’이 잘 파고들었다는 반응이다.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유지하며 74주 연속 동시간대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슈돌’은 일요일 밤 시간대란 도전에도 꿋꿋한 위상을 자랑했다. ‘2019 KBS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 등 5관왕까지 거머쥐며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 만들고 있다.

‘1박2일’, ‘슈돌’과 함께 일요 예능 트리오를 완성한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당나귀 귀)다. ‘당나귀 귀’는 ‘1박2일’이 갑작스럽게 방송이 중단되면서 지난해 4월 해당 시간에 대체 편성됐다.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당나귀 귀‘ 이창수 PD는 “‘1박2일’ 땜빵으로 시작했다. 시한부 프로그램이란 말을 들으며 달려왔다”고 그간의 설움과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첫 방송에서 5.7%의 시청률로 출발한 ‘당나귀 귀’는 꾸준히 상승세를 탔고, 현재 시청률 10%대를 유지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신규예능

주말 메인 예능은 편성 시간대에 변화를 줬다면 평일엔 최신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신규 예능들을 대거 투입시켜 변화를 꾀했다. ‘편스토랑’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 ‘개는 훌륭하다’ ‘스탠드업’ ‘씨름의 희열’ 등 고리타분하다는 채널 이미지 평가에서 벗어나 더 젊어진 KBS를 만들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다만 2~4%에 머문 시청률은 과제로 남았다.

이재우 예능센터장은 “편성변경 후 우려도 많았는데 비교적 빨리 안착한 감이 있어 내부적인 분위기도 좋은 편”이라며 “‘1박2일’ 첫방의 기대효과가 빠지고 있어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 생각한다. 또 ‘슈돌’은 아직은 ‘미우새’와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어려운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선전 중이서 출발이 나쁘지 않은 거 같다”라고 봤다. 신규 예능에 대해선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이 아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시청률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프로그램 고유의 특색을 잘 살려 뚝심있게 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에도 KBS 예능은 고여있지 않고 움직이고 변화하겠다는 포부다. 이훈희 제작2본부장은 “작년에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충분하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시청자들이 더 실체적으로 느끼실 수 있도록 KBS 예능이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유행과 트렌드를 너무 쫓아가지 않으며 올해에는 디지털 쪽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디지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해 보려고 기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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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