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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탁구 대표팀 이미규. 이천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처음 본 탁구에 각인됐다. 초등학교 4학때였다. 욕창이 생겨 대전 보훈병원에 입원했다. 수술 후에 병원을 돌아다니는데 지하에서 탁구공 소리가 났다. 재활과정 환자들이 휠체어 탁구를 치고 있었다. 그때 처음 운동을 하고 싶어졌다.

여자탁구 대표팀 이미규(32)는 당시를 회상하며 “어릴 때 남자 같은 성격이었는데 탁구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탁구가 하고 싶어졌다. 아마 다른 운동을 봤으면 다른 종목을 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처음 접한게 탁구였다“고 했다.

3살 무렵 교통사고로 지체장애가 생긴 이미규의 삶은 탁구를 만나며 달라졌다. 탁구의 매력에 순식간에 빠졌다.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붙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선 개인전 메달을 확신했다. 그 누구보다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그런데 본선에 올라가자마자 탈락했다. 실망감이 컸다. 이미규는 “리우에 갈 때 금메달을 생각하고 갔는데 막상 경기에서 긴장을 많이 했다. 경기가 안풀리자 자신감도 떨어졌다”라고 4년 전을 돌아봤다.

이 경험은 2020 도쿄 패럴림픽을 향한 자양분이 됐다. 이미규는 “이번에는 마음을 비우고 있다. 욕심을 버리는게 아니라 올림픽도 똑같은 대회라고 생각하고 도전하겠다”며 “도쿄 뿐 아니라 2024년 파리도 가고 싶다. 진짜 어깨가 끊어질 때 까지 하고 싶다”라고 호기어린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탁구가 호락호락 하지 않다. 매년 포기하고 싶을 만큼 벽을 실감한다. 이미규는 탁구의 매력을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정말 너무 어렵다. 그게 매력이다. 계속 반복 훈련을 하며 ‘이제 됐구나’ 싶으면 또 안된다”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동시에 도전의식을 불어 넣어 준다. 이미규를 여기까지 끌고 온 힘이기도 하다.

2020도쿄 패럴림픽은 이제 6개월 남았다. 기민함이 장점인 이미규는 오늘도 탁구공에 온 힘을 실어 때리고 있다. 지난 패럴림픽의 아쉬움을 달랠 열매가 조금씩 영글고 있다.

리우 금메달리스트이며 한국 휠체어 탁구의 간판인 김영건(36)이 지나가며 이미규의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남들에 비해 몸이 작아 불리한 신체조건인데 양으로 승부하는 노력파”라고 소개했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