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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오는 3월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 진영이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양측이 연일 번갈아가며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개편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현아 3자 연합이 내세운 사내이사 후보 중 한 명이 중도 사퇴를 선언하면서 표심의 무게추가 조원태 회장 측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18일 한진칼에 따르면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는 지난 17일 한진칼 대표 앞으로 서신을 보내 이사후보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 전 상무는 KCGI 측에도 18일 새벽 사퇴의사를 전했다. 특히 이날 김 전 상무는 사퇴의사와 함께 오히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드러냈다. 김 전 상무는 “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그룹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 대화함으로써 한진그룹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힘써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조현아 3자 연합이 본인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무리하게 이사후보 추천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한진그룹 소속 노동조합까지 나서 조현아 3자 연합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고 심지어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웠던 김 전 상무가 조원태 회장 측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주총까지 남은 한 달 여간의 기간 동안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는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한진그룹 3개 계열사 노조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몰아내고 한진칼을 장악하려는 조현아 전 왕산레저개발 대표와 반도건설, KCGI의 시도를 지켜보며 깊은 우려를 밝힌다”고 밝혔다.

조현아 3자 연합 측이 내세운 후보는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 등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4명이다. 이번에 사퇴 의사를 밝힌 김 전 상무의 경우 대한항공에서 임원을 맡았던 경력도 없는데다 조 전 부사장의 인맥이라는 점에서 조 전 부사장의 ‘대리인’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김신배 의장과 배경태 전 부사장 등도 항공업 경험이 전무해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조현아 3자 연합 측은 김 전 상무의 중도 사퇴와 관련해 “건강상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3자 연합은 “김치훈 이사 후보자에게 이사직을 요청드림에 있어 명분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드린 후 본인 동의를 얻어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면서 “김치훈 이사 후보자는 오늘 새벽 본인이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로 인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알려왔다. 위 이사 후보자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러한 일에 흔들림 없이 계속 한진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과 별개로 KCGI는 한진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며 조원태 회장 측에 대한 강경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KCGI는 지난 17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한진칼 측에서는 아직 대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조현아 3자 연합이 보유한 의결권 유효 지분은 31.98%로 조 회장 측이 확보한 우호 지분(33.45%) 보다 1.47%p 적은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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