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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한국배구연맹(KOVO)이 시즌 처리 방식을 두고 갈 길을 잃었다. 사안이 워낙 예민해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KOVO는 19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사무국 회의실에서 남녀 프로배구 13개 구단 단장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이사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V리그 재개와 종료 여부를 논의했다. 오후 3시에 시작한 회의는 오후 6시까지 무려 3시간 가까이 진행됐으나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조원태 KOVO 총재는 “오늘 이사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각 구단의 입장이 다르다. 논의할 부분이 아직 남았다”라며 이날 회의를 빈 손으로 마감했다고 알렸다.
격론 끝에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유는 지금 시점에서는 어떤 쪽을 선택해도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국 유치원, 초·중·고 학교 개학일을 이달 23일에서 다음달 6일로 2주 재연기했다. 감염병 위기 경보가 여전히 ‘심각’ 단계에 있기 때문에 리그 재개는 무리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관중 경기도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유럽축구에서 선수와 감독, 관계자들이 감염되는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만에 하나 내부에서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KOVO는 물론이고 각 구단이 미치는 파장이 크다. 리그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확산 속에 리그를 재기하기 어렵다”라는 의견을 낸 단장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리그를 이대로 끝내는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는 않다.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팀들의 경우 잔여 경기를 치르지 않은 채 마무리해도 큰 아쉬움이 없다. 하지만 선두권 팀이나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팀들의 경우 챔피언에 등극할 좋은 기회를 허무하게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가 정규리그 일정을 마치지 못하고 시즌을 종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 순위대로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방식 등으로 일정을 단축해 레이스를 완주하는 안도 남아 있는 만큼 성급하게 리그를 끝낼 수는 없다는 의견에도 설득력은 있다. 실제로 “리그 중단 등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라는 목소리에 적지 않은 이사회 회원들이 공감했다.
결과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KOVO는 의사결정을 다음으로 미뤘다.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정하지 않은 가운데 이달 중으로 이사회를 재소집할 예정이다. 조 총재는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이사회를 다시 열어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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