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봄향기가 서서히 마음을 간지럽히는 4월, 그러나 아직 안방극장에는 봄이 찾아오지 않은 듯하다. 봄단장을 마치고 출격한 멜로극들이 잇달아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이 오면 우리의 마음까지 설레고 들뜨게 만드는 로맨스물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유독 올봄에는 이러한 멜로물들이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해인, 서강준, 박민영 등 대세 청춘스타들을 내세웠기에 더욱 뼈아픈 결과다.

박민영과 서강준의 로맨스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JTBC 월화극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하 날찾아)는 2%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남겼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날찾아’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 드라마다. 후반부로 갈수록 각자의 상처를 가진 목해원(박민영 분)과 임은섭(서강준 분)의 사랑은 더욱 진해지고, 목해원의 아빠 주홍(서태화 분)의 죽음과 얽힌 진실도 하나둘 베일을 벗고 있지만, 종영까지 4회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신예 청춘배우 신예은, 김명수를 내세운 KBS2 수목극 ‘어서와’ 역시 시청률 1%대를 맴돌고 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반려 로맨스’로 신선함을 안겼지만 첫방송에서 3.6%로 출발한 뒤 1.5%까지 떨어졌다. 역대 지상파 드라마 최저 시청률인 ‘맨홀’의 1.4%과 불과 0.1%포인트 차이다. 남자로 변하는 고양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신선하지만, 원작과 동떨어진 각색과 느린 전개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다.

‘멜로 장인’ 정해인도 방도가 없었다. tvN 월화극 ‘반의반’은 결국 1%대 시청률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더니 결국 12회로 조기 종영을 결정했다. “스토리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지만, 시청률 고전으로 인한 씁쓸한 퇴장인 셈이다. 멜로 장르에서 강점을 보인 정해인과 채수빈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반의반’은 첫회부터 난해한 전개로 삐걱대더니 매회 자체 최저 시청률로 추락, 6회에서는 1.2%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8년 ‘어바웃타임’이 기록한 0.8% 이후 tvN 월화극 자체 최저시청률이기도 하다.

킹덤

봄을 겨냥한 멜로물이 이처럼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물론 ‘스토리’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극적인 전개 없이 심심하게 이어지는 에피소드들과 인공지능(AI), 묘인(猫人) 등 로맨스와 따로 노는 설정들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흩트려 놓는다는 지적이다. 한 드라마 PD는 “봄에는 멜로물이라는 공식도 깨진지 오래다. 결국 중요한 건 스토리와 각색이다. 로맨스물이지만 tvN ‘사랑의 불시착’, JTBC ‘부부의 세계’가 흥행하고 웹툰 원작인 JTBC ‘이태원 클라쓰’가 사랑받은 건 멜로 기반에 스릴러, 추리물 등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소재를 가미해 차별화를 뒀기 때문이다. 복합장르물이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드라마 시장을 둘러싼 여러 환경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되면서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TV 시청 시간도 대폭 늘어났다. 이로 인해 안방극장은 때아닌 호황을 맞았지만, 멜로물이 이같은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건 시청자들이 넷플릭스, 유튜브 등 다른 OTT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TV보다 더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루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서정적이고 힐링이 되는 콘텐츠보단 스트레스가 해소될만한 극적이고 서스펜스적 성향이 강한 콘텐츠들이 더 눈에 띄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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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JTBC, tvN, KBS2,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