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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사랑의 불시착’이 행운이었다면, ‘부부의 세계’는 운명이었죠.”

광거어린 목사부터 연민을 안기는 북한군에 분노를 유발하는 외도남까지. 배우 김영민(50)은 주연만큼 빛나는 존재감으로 매작품 인상적인 연기를 남기고 있다.

지난 16일 종영한 JTBC ‘부부의 세계’에서 김영민이 연기한 손제혁은 고등학교 동창인 이태오(박해준 분)에 대한 묘한 경쟁심과 지선우(김희애 분)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으면서, 아내 고예림(박선영 분)을 두고는 외도를 일삼는 인물이다.

특히 19금으로 편성된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와 손제혁의 파격적인 베드신은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 장면을 통해 김영민은 계속해서 밀어내는 지선우에도 굴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일어난다고 해서 귀때기와 오뚜기를 합친 ‘귀뚜기’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김영민은 “긴장도 걱정도 많이 했다. 여성주도적이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이겨 먹으려 하는 모습이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지시를 받았다. 어려운 장면이라 길게 찍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한방에 잘 찍었다”며 노출신에 대해 “촬영 전 운동도 많이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헬스장을 못가고 있던 상황이어서 ‘랜선 운동’으로 대신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희애에 대해선 ‘형용할 수 없는 위대함을 가진 배우’라며 존경심도 숨기지 않았다. “원래부터 좋아하는 배우였고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었다. 정점 이상의 정점, 완벽 이상의 완벽이란게 있는 분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 또한 후배로서 선배님의 연기를 보며 소름 끼친 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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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구해줘2’에서 광기 어린 목사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장국영을 연기해 신스틸러가 된 김영민은 전작인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 도감청실 소속 군인 정만복 역을 맡아 순박한 모습으로 ‘귀때기 동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이후 곧바로 합류한 ‘부부의 세계’에서 분노 유발 외도남으로 변신, ‘귀때기의 배신’이라는 반응도 얻었다. 이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낸 김영민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촬영 기간이 겹쳐서 힘든 부분도 있어서 제게도 도전이었지만 두 작품 모두 잘 돼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구해줘2’ 종영 인터뷰 당시 ‘행보가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김영민. 1년이 지나고 만난 그의 행보는 꽃길 그 자체였다. ‘사랑불’ 신드롬을 일으키며 21.7%로 유종의 미를 거둔 ‘사랑의 불시착’에 이어 최종회에서 28.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비지상파 최고 기록을 남기며 종영한 ‘부부의 세계’까지. 비록 두 작품 모두 김영민의 주연작은 아니었지만 어디에서도 그가 빛나지 않은 곳은 없었다.

흥행의 여운을 만끽할 만도 하지만 김영민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스스로 채찍질하고 있다”고 인터뷰 중에도 몇 번을 강조하며 말했다. “나만큼 운이 좋은 배우가 또 있을까 생각할 정도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 안에 취해있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한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가 그래서 좋았다. 시청률이 고공행진 할 때 들뜰만도 한데 모완일 감독님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컨트롤 해주셨고 마지막까지 들뜨지 않고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사랑의 불시착’이 행운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면 ‘부부의 세계’는 김영민에겐 운명같은 작품이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운명적인 걸 보는 편이다. 작품이 잘 돼서 사소한 하나하나까지 다 좋아 보이나 했는데, 그런 작은 하나하나가 좋았기 때문에 작품이 잘된 거였다. 좋은 감독님, 스태프분들을 만나 감사했고, 그 은혜를 갚는 방법은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는 것뿐인 거 같다. 계속 저를 채찍질하는 중이다.”

김영민은 차기작으로 6월 개봉하는 영화 ‘프랑스여자’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프랑스여자’는 당초 5월 21일로 개봉을 확정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한차례 미룬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친 김영민은 “극장이라는 환경 자체가 코로나19에 취약 할 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가 극장에서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제작도 개봉도 밀릴수록 영화산업은 힘들어질 거 같다. 내년까지도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빨리 아무 사고 없이 코로나19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영민은 “잘되고 싶지 않은 작품은 없다. 그렇지만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무너지지 않고, 기대 이상으로 잘 됐을 때 들뜨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로서 한걸음 한걸음이 쌓였을 때 행보가 되지 않나. 그 전체적인 모습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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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매니지먼트 플레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