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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손혁 감독이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모두가 혹서기를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각 팀 사령탑은 시즌 초반 판도도 무시할 수 없지만, 7, 8월에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규시즌 시작점부터 ‘안전운행’ 혹은 ‘주 5일제’ 등을 강조하는 이유다.

한 달 이상 늦게 개막한 올시즌, 그 어느 때보다 더그아웃이 분주하다. 6회가 지나면 투수진은 물론 야수진까지 바쁘게 돌아간다. 불펜투수들의 연투를 이틀로 제한하면서 자연스레 가용폭이 넓어졌다. 야수진도 경기 상황에 맞춰 대타, 대수비, 대주자 투입이 빠르게 진행된다. 점수차가 많이 나면 미련을 두지 않고 주축 선수들을 더그아웃으로 부른다. 주중 3연전 다음날인 금요일에는 베테랑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거나 토요일과 일요일 낮 경기가 연달이 진행되면 주전 야수 절반 가량을 벤치에 대기시킨다. 지명타자 한 자리는 주축 야수들이 체력부담을 덜게 만드는 휴식공간으로 활용된다.

LG 류중일 감독은 “금요일에 야간경기를 하고 토, 일요일에 연달아 낮 경기를 하면 정말 피곤하다. 나이를 먹은 선수들은 더 할 것이다. 나도 30대 중후반까지 야구를 했는데, 낮경기가 정말 힘들었다. 낮경기는 수면 시간과 쉬는 시간이 적다보니 피로가 누적되거나 부상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류 감독은 주말 경기마다 야수진 가용폭을 크게 넓힌다. 지난 16일과 17일 이틀 동안에는 더블헤더 포함 3경기를 치렀는데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와 17일 경기를 합쳐 엔트리에 포함된 야수 대부분을 기용했다. 지난 24일 잠실 KT전에서도 로베르토 라모스를 처음으로 지명타자로 돌리고. 김용의를 1루수, 홍창기를 이틀연속 중견수로 내세웠다. 위닝시리즈가 걸린 경기였지만 눈앞의 승리보다는 시즌 전체에 방점을 찍고 운영했다.

[포토]박세혁의 득점에 박수를 보내는 김태형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이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 2회초 무사 1,2루 정수빈의 1타점 2루타 때 2루 주자 박세혁이 득점하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T 이강철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이 감독 또한 위닝시리즈가 걸린 경기에서 필승조 김재윤과 주권을 게임조에서 제외했다. 시즌 초반부터 사흘 연투를 강행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키움 손혁 감독 역시 마무리투수 조상우의 멀티이닝 소화를 자제하고 있다. 조상우는 지난 21일 SK와 연장 승부 당시 올해 처음으로 2이닝을 소화했다. 연장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조상우는 9회 세이브 상황에서만 등판할 방침이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도 백업 포수 장성호를 6번이나 선발출장시키며 일찌감치 주전 포수 박세혁의 체력안배를 꾀하고 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NC 또한 주전 포수 양의지와 주전 3루수 박석민을 이따금씩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경기 후반 대타카드로 활용한다.

[포토] 이강철 감독 \'5연승 가자\'
KT 이강철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은 시즌이다. 코칭스태프의 관리 체제와 무관하게 부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연승과 연패가 반복된다. 이 혼란은 7, 8월 혹서기 때 극에 달할 것이라는 게 사령탑들의 중론이다. 키움 손 감독은 “지금은 너무 급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우리도 그렇지만 어느 팀이든 혹서기나 장마철까지 잘 버티면 반등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없는 혹서기 때 흔들리지 않는 팀이 순위표 상단에 오른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관리야구’는 10구단 전체의 슬로건이 됐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