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5000억원대 환매 중단 피해가 예상되는 옵티머스펀드 사태는 ‘권력형 비리’로 의심받고 있다. 사태에 대한 의혹이 현 정권 실세들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서 ‘청와대 행정관 부부’로 확대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혁진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3월 성범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외로 출국했다. 당시 검찰은 이 전 대표에 대해 70억원대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를 포착한 상황이었으나 출국금지 조치가 돼있지 않아 출국이 가능했다. 일각에선 같은 시기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일정에 수행원으로 포함돼 동행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 순방 기간 베트남과 UAE의 동포간담회에 간 것은 맞지만 출국 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한양대 86학번 동기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과의 친분설도 부인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의혹이 말끔히 가시는 것은 아니다. 눈에 띄는 것은 그가 “2018년 3월 21일 옵티머스자산운용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를 강탈당했다”고 회고한 부분이다. 그는 당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동원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주총회장에서 쫓겨났다. 이미 그는 2017년 경영권 분쟁으로 대표직을 내놓은 상태였다. 그는 미국으로 떠나 현지에서 김치 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가 자리를 비운 가운데서도 옵티머스에 대한 특혜는 계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옵티머스 피해자들은 지난해 초부터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서울남부지검 등 기관에 피해 진정을 넣었으나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때 기관들의 조치가 이뤄졌으면 지금의 펀드 사기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옵티머스펀드 사태가 권력형 비리라는 평가도 사실상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를 막을 정도의 배후가 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서 등장하는 이가 ‘청와대 행정관 부부’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외이사이자 문서를 조작한 혐의로 사건의 핵심에 있는 윤석호 변호사와 그의 아내 이진아 변호사 얘기다. 특히 이 변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는 사실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그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심판위원과 정보공개심의관 등으로도 활동했다. 법무법인 대영, 해송 등에서 일하면서는 2015년엔 더불어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무감사원으로 활동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이 변호사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보통주 10만주를 가진 주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옵티머스가 지난해 3월 M&A에 관여한 코스닥 상장사 해덕파워웨이의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남편 윤 변호사는 김 대표 등과 함께 구속됐으나 이 변호사에 대한 수사 관련 소식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변호사가 사태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검찰은 증언 등 직접적인 단서를 모으고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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