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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은퇴투어’라는 단어의 무게가 논란을 일으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 은퇴투어를 제안했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이사 또한 소규모로 선배의 마지막을 축하하는 것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나 구단이 주최하는 게 아닌 경기 전 1, 2분 시간을 내서 꽃다발을 비롯한 기념품과 사진 촬영에 임하는 것을 계획했다. 박용택의 은퇴투어가 성사될 경우 이승엽이 아닌 이호준의 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최초 은퇴투어 주인공은 3년 전 이승엽과 이호준이었다. 당시 이승엽과 이호준 모두 일찌감치 2017년이 자신의 마지막 시즌이라고 선언했다. 미리 은퇴를 예고한 만큼 당해 마지막 원정 시리즈에 맞춰 은퇴기념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이승엽과 이호준의 은퇴투어는 규모 차이가 명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승엽 은퇴투어의 주최자는 KBO와 구단이었다. 2017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실행위원회(단장회의)부터 리그 전체적으로 이승엽 은퇴투어를 열 것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구단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은퇴선물을 이승엽에게 전달했다. 이승엽과 삼성팬들을 위해 특별 영상을 제작해 전광판에 상영한 구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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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호준 은퇴투어 주최자는 선수들이었다. 선수협에서 의견을 모아 이호준 은퇴투어를 열 것을 결정했다. 은퇴기념선물도 이승엽처럼 규모가 크지 않았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행사를 열었고 간소하게 행사가 진행됐다. 경기 전 꽃다발을 전달하고 기념촬영하는 정도로 이호준의 은퇴를 축하했다. 당시 선수협 사무총장을 맡았던 김선웅 변호사는 “이승엽 은퇴투어는 선수협에 앞서 이미 KBO와 구단에서 결정된 사안이었다. 선수협과는 관계가 없었다. 이승엽 선수 은퇴식 때 기념패를 전달한 정도만 선수협에서 진행했다”며 “다만 이호준 은퇴투어는 선수들이 결정하고 구단에 건의해서 진행했다. 선수협 이사회에서 논의됐고 당시부터 오랫동안 리그에 공헌한 선수는 팀별로 예우를 해주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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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투어는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ML)에서도 아직 생소하다. ML 또한 본격적으로 은퇴투어가 진행된 지 10년이 지나지 않았다. 가장 주목받은 은퇴투어는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와 보스턴 데이비드 오티즈였다. 둘다 이승엽처럼 상대팀으로부터 기념품을 전달받았다. 반면 이호준처럼 특별한 선물이 아닌 경기전 혹은 5회 이후 간략하게 은퇴행사가 진행된 경우도 많았다. ‘은퇴투어’보다는 ‘은퇴행사’라는 단어가 적합했다.
키움 손혁 감독은 9일 고척 LG전을 앞두고 “박용택 선수가 지금까지 행동에서 잘 못한 것도 없고 선수생활도 모범적으로 해왔다. 좋은 기록도 갖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은퇴하는 순간 존경 받는 야구선수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미국과 일본은 기록과 행동에 대한 가치를 더 부각시키고 마무리도 잘 해준다. 박용택 선수는 은퇴투어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퇴투어 시행시 첫 장소는 고척돔이 유력하다. 일정상 LG의 정규시즌 고척돔 마지막 경기는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2연전이다. 손 감독은 “아마도 그 때가 되면 우리 단장님께서 의견을 주시지 않겠나”라며 박용택 은퇴투어에 무게를 실었다.
이승엽을 기준으로 두면 은퇴투어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무게로 인해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 타자인 이승엽과 박용택은 커리어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시작점부터 이승엽이 아닌 이호준이었다. 선수협 김태현 사무총장은 “6월 이사회가 종료된 시점에서 몇몇 이사들이 박용택 선수 은퇴투어 얘기를 나눴다. 정식으로 결정된 사안은 아니었고 선수들끼리 ‘LG 구단과 각자 구단에 얘기를 해보자’ 정도였다”고 말했다. 손 감독을 비롯한 현장은 박용택 은퇴투어 시행을 찬성하고 있다. 각팀 주장으로 구성된 이사들이 최종 결정을 내리면 선수들은 3년 전 이호준과 그랬던 것처럼 박용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전망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