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9_사진자료_한국프로축구연맹, 2020년도 제5차 이사회 개최
김호곤 임시 의장이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차 K리그 이사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프로축구 K리그가 국내 프로리그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여파의 고통 분담 목적으로 ‘선수단 연봉 감액 권고안’을 이사회에서 심의, 의결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20 K리그 제5차 이사회를 열고 연봉 3700만원 이상 선수를 대상으로 시즌 잔여 4개월 급여 중 36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의 10% 감액을 요청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K리그 1~2부 22개 구단은 향후 이사회 권고안을 토대로 선수와 개별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 선수가 구단과 합의를 통해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계약 변경 절차를 밟는다.

올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프로리그 주요 종목이 중단 또는 조기 종료됐고,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는 개막이 잠정 연기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 두 리그 모두 2020시즌 개막을 알렸지만 경기 수 축소와 무관중 경기 진행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했다. K리그 1부리그 12개 구단만 하더라도 스폰서와 입장권 수익이 모두 마이너스, 평균 38억원 손실을 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가운데 지난 4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해외 유명 구단 선수들이 자진해서 연봉을 삭감하는 사례가 국내에 전해지면서 고통 분담 동참 바람이 불었다. 지난 4월 8일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을 시작으로 이틀 뒤 울산 현대, 부산 아이파크 임직원이 임금 일부를 반납한 데 이어 K리그 2부리그 수원FC 선수단도 월 보수 10%씩을 모아 수원시에 기부하기로 했다.

결국 초점은 구단 예산의 60~70% 수준을 차지하는 선수단의 고통 분담 동참에 맞춰졌다. 그러나 연봉 감액 자체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선수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권고안을 내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 이어졌다. 프로연맹은 애초 지난 4~6월 두 달간 프로축구선수협회와 연봉 삭감안 협의를 했으나 견해를 좁히지 못했고 그 사이 리그가 개막했다. 각 구단과 소속 선수의 상황과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없던 일’이 될 뻔했다. 그러다 지난달 K리그 1~2부리그 22개 구단은 대표자 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국을 고려해 재정난 극복에 동참하는 취지로 선수 연봉 감액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권고안을 프로연맹 이사회에서 의결해달라고 요청했다.

프로연맹은 수시로 22개 구단과 소통하고, 구단은 선참 및 신인급 선수와 견해를 주고받으며 현실적 권고안 마련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프로연맹은 등록 선수 전체 36%에 해당하는 연봉 3600만원 이하 ‘저연봉 선수’는 권고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기본급 3600만원을 초과하는 선수만 잔여 4개월분 기본급 10%를 삭감하는 권고안을 매겼다. 예를 들어 연봉 1억원을 받는 선수는 6400만원을 두고 삭감 비율을 적용받는데, 삭감액은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선수 개인별 삭감 비율은 2~3% 수준이다. 실질적으로 코로나 여파에 따른 구단 손실 규모를 메울만한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프로연맹과 구단은 손실액을 선수에게 전가하려는 의미가 아닐뿐더러 금액을 떠나 지자체와 모기업 지원금에 의존하는 K리그에서 구단-선수가 협력하는 모양을 갖춘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프로연맹은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8일 K리그 감독·주장 간담회를 열어 권고안에 대해 사전 설명을 거쳤다. 이 자리에서 조제 모라이스 전북 현대 감독은 “프로 지도자로 당연히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면서 자진해서 연봉 삭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 참석한 A구단 단장도 “어제까지 주장을 비롯해 선수단과 이번 권고안에 대해 여러 견해를 나눴고 좋은 방향으로 대화를 나누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제 선수들의 선택만 남았다. 구단이나 선수 사이에서는 강제적 성격을 띠지 않는 권고안인 만큼 개인별 선택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어디까지나 연봉에 대한 선수 개인의 가치관이나 사정은 다르다. 강압적 분위기를 끌어내 저연차 또는 저연봉 선수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구나 K리그가 프로리그에서 처음으로 선수 연봉을 조정하는 권고안을 꺼냈기 때문에 선수의 선택 하나하나가 타 종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구단 내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진정으로 상생의 가치를 보여야 한다는 게 설득력을 얻는다. 자칫 불협화음이 생기면 이번 권고안 통과는 요식 행위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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