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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야구 게임을 하거나 TV로 야구 중계를 보면 스트라이크존이 있잖아요. 실제로도 이러한 네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서곤 했습니다.”
매일 선발로 출장하며 자신 만의 타격 어프로치가 정립되고 있다. 빼어난 선구안과 장타력을 두루 살리도록 방향을 잡으면서 어느덧 선발출장 기준으로 7연속경기 2차례 이상 출루를 이어갔다. 상대 투수의 공을 고르는 눈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배트를 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LG ‘출루머신’ 홍창기(27)다.
홍창기는 지난 23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최근 활약의 비결을 설명했다. 먼저 선구안에 대해 그는 “어릴적부터 공을 잘 보는 스타일의 타자였다. 나는 볼이라고 생각했는데 심판분이 스트라이크라고 해서 충돌한 적도 있었다. 물론 지켜보다가 삼진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래도 내 스타일을 계속 유지해왔다. 나만의 네모를 늘 생각하면서 타석에 선다”고 말했다.
홍창기가 말한 네모는 당연 ‘스트라이크존’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그 네모가 확장되고 있다. 그는 “야구 게임을 하거나 TV로 야구 중계를 보면 스트라이크존이 있다. 실제로도 이러한 네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서곤 했다”면서 “요즘 네모가 많이 커졌다. 퓨처스리그에 가면 스트라이크존이 넓다. 그래서 경찰야구단에 있을 때 이에 맞춰 네모를 크게 뒀다. 당시와 지금 네모의 크기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홍창기는 경찰 야구단 1년차였던 2017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401(272타수 109안타), 13홈런, 82타점, 7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퓨처스 북부리그 타율과 득점 부문에서 나란히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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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군 무대와 퓨처스리그는 분명 다르다. 투수들의 구위부터 공의 움직임과 제구까지 사실상 차원이 다른 무대다. 홍창기가 네모를 확장한 것은 자신감과 기술이 두루 향상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약점이었던 강속구 대처 능력이 좋아졌고 이제는 떨어지는 변화구를 참거나 장타로 연결할 수 있을 정도로 타이밍을 잡는 자신 만의 메커닉이 자리잡았다. 홍창기는 “예전에는 내가 생각해도 빠른볼 대처가 잘 안 됐다. 그런데 올해 1군에서 빠른 공을 하나 둘 치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빠른 공이 두렵지 않다”면서 “꾸준히 타석에 서다보니 유인구를 참는 법도 알게 되는 것 같다.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를 만나면 어차피 치면 안 되는 공이라 생각하고 타석에 선다. 경기 전 전력분석 자료를 꾸준히 보고 상대 투수가 이전에 나와 상대했던 모습을 늘 돌려본다”고 밝혔다.
홍창기는 타율 0.264 출루율 0.409를 기록 중이다. OPS(출루율+장타율) 0.837로 팀에서 4번째로 높다. 출루율은 25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중 리그 전체에서 8번째다. 지난 23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홍창기는 두 차례 출루를 달성하며 리드오프로서 임무를 완수했다. 첫 두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김민우의 스플리터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으나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는 두 차례 스플리터를 참아냈고 결국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리고 8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도 볼넷을 기록했다. 삼진을 당한 다음에도 자신의 네모를 유지하는 침착함이 돋보였다.
특별한 개인 목표는 없다. 지금까지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고 팀이 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게 목표다. 신인왕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인왕에 큰 욕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홍창기는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나도 신인왕 후보로 언급된다는 점에 감사드린다. 물론 신인왕을 받으면 좋겠지만 팀이 더 많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팀 (이)민호도 있고 어린 투수 중에 좋은 투수들이 워낙 많다”면서 “다만 4할 출루율은 유지하고 싶다. 3할 타율은 안 되더라도 4할 출루율을 유지할 수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늘 쉬지않고 1루 베이스를 밟을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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