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현대카드-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제공 | 현대카드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동생들과 모친의 유산을 둘러싼 소송전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정 부회장이 고작 수천만원 때문에 소송을 걸었다며 비난을 화살을 날렸으나 전후 상황을 들여다 보면 돈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동생들과 감정의 골이 깊은 것은 사실이나 그 배경에는 동생들이 모친의 생전에 자녀된 도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맏이로서의 원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소송을 통해 받게 되는 유산 전액을 장학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달 부친인 정경진 전(前) 종로학원 이사장과 함께 자신의 형제인 해승(남동생)·은미(여동생)씨를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유류분(遺留分)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류분이란 상속 재산 가운데 고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일정한 법적 상속인을 위해 반드시 남겨둬야 할 부분으로 유언장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일부 상속인들이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정 부회장의 모친은 지난해 2월 약 10억원의 재산을 남기고 별세했다. 그런데 고인의 자필 유언장은 ‘전액을 정 부회장의 동생들에게 상속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정 부회장은 “유언장의 필체가 어머니 것과 동일하지 않고 어머니가 정상적인 인지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유언장의 효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했고 재산은 전액 동생들에게 돌아갔다. 이에 정 부회장은 자신 몫의 유류분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정 부회장이 이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그가 받게 될 금액은 많지 않다. 세법에 근거해 상속세를 지불하게 되면 수천만원대에 불과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수십 년간 사교육업체를 운영해 온 정 이사장과 지난해에만 4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은 정 부회장이 단순히 소액의 유산을 나눠 갖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면에는 오랜 기간 쌓여 온 정 이사장 가족 내부의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정 부회장의 모친이 별세했을 당시 막내인 은미씨는 입관·영결·하관에 이르는 장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부친인 정 이사장은 자녀인 은미씨에 대해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이사장이 딸인 은미씨가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않으면서 유산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는 태도에 대해 실망감이 큰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현재 부친인 정 이사장을 자신의 집 근처로 모셔 보살피고 있다. 모친의 장례를 치른 후 부친을 홀로 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모친이 돌아가시기 전 병수발을 하던 때부터 아버지를 모시게 된 지금까지 형제들이 보여준 태도로 인해 감정이 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 측은 정 이사장과 정 부회장이 받게 될 유류분을 정 이사장이 설립해 운영 중인 ‘용문장학회’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969년 설립된 용문장학회는 지금까지 5000명에 달하는 초·중·고교생 및 대학생들에 학자금 및 생활비 지원을 해왔다. 유명 수학 강사로 종로학원을 설립한 정 이사장은 검정고시를 치른 후 서울대에 합격했지만 입학금이 없어 등록하지 못하던 때 한 지인이 빌려준 1만원으로 대학에 무사히 입학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과 같은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장학회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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