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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고양 오리온과 인천 전자랜드는 새 시즌 각기 다른 의미로 주목받는 팀이다.
오리온은 2016~2017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이후 지난 시즌까지 줄곧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7~2018시즌 8위로 떨어졌고, 이듬해엔 5위까지 올라가는 저력을 보였지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주 KCC에 패해 고배를 마셨다. 2019~2020시즌엔 13승30패로 최하위로 추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이 과정에서 2011년부터 오리온 지휘봉을 잡아온 추일승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하는 악재도 겹쳤다.
반전이 필요한 오리온은 비시즌 강을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히고 변화를 꾀했다. 강 감독은 선수 영입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외국인 선수로 미프로농구(NBA) 출신 제프 위디와 캔자스 대학에서 활약한 디드릭 로슨을 영입하며 높이를 보강했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최대어 이대성을 영입하며 고질적 약점이었던 가드 포지션을 강화했다. 이대성 영입으로 오리온은 허일영, 최진수, 이승현에 이은 국가대표 라인업을 구축했다.
비시즌 노력은 지난달 열린 KBL 컵대회에서 빛났다. 이적생 이대성은 이적 후 첫 대회인 컵대회에서 매 경기 뛰어난 활약상을 보이며 오리온의 우승을 견인했다. 이대성 특유의 속공 플레이와 얼리 오펜스 전개 능력, 그리고 과감한 3점슛 시도가 빛을 발했다. 순조롭게 새 팀에 정착한 이대성은 대회 MVP로 선정되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다만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들 간 호흡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위디는 컵대회 중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고, 로슨도 내외곽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더 많은 경기에 나서야 한다. 강 감독은 4일 진행된 출정식에서 “컵대회에서 기량의 80%를 발휘했다고 한다면 20%를 끌어내기 위해서 노력 중”이라면서 ‘즐겁고 빠른 농구’를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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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훈 감독이 2010년 지휘봉을 잡은 후 강팀 반열에 오른 전자랜드의 새 시즌은 특별하다. 모기업이 2020~2021시즌을 끝으로 농구단 운영을 접기로 결정하면서 이번 시즌이 전자랜드의 이름을 달고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됐다. 다른 때보다 더 힘을 내야할 시즌이지만 모기업 사정이 좋지 않아 비시즌 전력 보강을 이루지 못했다. FA 가드 김지완을 KCC로 떠나보냈지만 보상 선수 대신 현금을 택했다. 그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지만 다른 팀들에 비해 전력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험난한 시즌이 예고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유 감독과 선수단은 그간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농구단을 향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전자랜드에 늘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전력 보강은 이루지 못했지만 남은 선수들로 똘똘 뭉쳐 반전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컵대회에서는 1차전에서 서울 SK에 패했지만 2차전에서 원주 DB에 28점차 대승을 거두고 1승1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전자랜드가 반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 포워드진이 살아나야 한다. 과거 정효근, 강상재, 김상규, 차바위, 이대헌 등 경쟁력 있는 포워드가 즐비했지만 정효근과 강상재가 상무에 입대했고, 김상규가 울산 현대모비스로 이적하면서 차바위와 이대헌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에 전현우, 양재혁 등을 더해 4명 정도가 가용 자원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전현우와 양재혁이 컵대회에서 한결 발전된 기량을 선보였다는 것. 두 선수의 발전을 바랐던 유 감독도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 네 선수가 버텨주면 내년 1월 정효근이 합류해 한층 더 강한 포워드진을 구축할 수 있다.
최하위 굴욕을 씻기 위한 오리온과 마지막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전자랜드가 다가오는 새 시즌 순위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인다.
superpow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