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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독한 혼돈 속에서 농구 코트를 사수했다. 매일 3만명 이상 확진자가 나왔지만 시즌을 재개했고 계획대로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프로농구(NBA)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가장 성공적으로 대처한 스포츠리그로 자리매김했다.
7월부터 10월 12일(한국시간)까지 3개월 이상 진행된 대형격리시설(버블) 체제가 LA 레이커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버블 개장 후 매일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됐고 버블이 문을 닫은 지난 12일까지 버블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제로’를 유지했다. NBA 사무국은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버블 체제 3개월 동안 우리는 175경기를 치렀다. 이 기간 코로나19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NBA 아담 실버 총재는 버블 체제에서 수고한 사무국 직원 전원에게 보너스로 1000달러, 그리고 10월말부터 한 달 동안 금요일 휴가를 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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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승리다. NBA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디즈니월드에 인접한 세 개의 호텔을 버블 구역으로 지정했다. 선수단과 심판진, 사무국 직원, 구단 직원은 물론 TV 중계 방송사와 미디어 종사자까지 모두 버블에 격리시켰다. 개인적인 사유로 버블 지역에 이탈했다가 복귀할 경우 자가격리 규정을 적용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을 최소화했다. 거리를 두고 인터뷰를 진행했고 코트 밖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시행했다. 이따금씩 선수들의 일탈 행동도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전무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새 시즌에 돌입한 메이저리그(ML)는 선수단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다. 수차례 일정이 변경됐고 세인트루이스의 경우 일주일 동안 더블헤더로 10경기를 치르는 살인일정을 거쳐야 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도 NBA처럼 버블 체제로 시즌을 치렀는데 ML만 기존 방식을 고수했다가 코로나19 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현재 포스트시즌이 진행 중인 ML는 버블 체제와 흡사한 형태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한 경기장에서만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진행하며 선수단 이동 경로는 호텔과 야구장으로 제한된다. NBA로부터 힌트를 얻어 한 해의 클라이맥스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NBA의 성공은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에도 힌트가 될 수 있다. 대회 규모는 천지차이지만 종목별 버블 구역을 지정하면 코로나19 위험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선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수 만 명에 달하는 선수단과 종사자들이 늘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대량의 검사키트부터 마련해야 한다. 비상 상황시 대처 매뉴얼, 버블 입성 후 격리 수칙 등을 확정지어야 한다. 만일 이듬해 7월까지 코로나19 백신이 정상적으로 배포된다면 백신 접종 역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NBA는 차기 시즌 개막일을 12월 혹은 이듬해 1월로 바라보고 있다. 향후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규모와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등을 고려해 차기 시즌 개막일과 운영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