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SK가 6일 김원형 두산 투수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제공 | SK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SK가 두산 김원형 투수코치를 차기 감독으로 선임했다. 두산은 김 코치의 SK 감독 선임 소식을 접한 직후 곧바로 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통 큰 배려를 했다.

SK는 6일 ‘김원형 신임감독과 2년 총액 7억원(연봉 2억 5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김 신임감독은 SK 창단 멤버이자 프랜차이즈스타로 은퇴 후 수석코치와 투수코치를 역임했고, 롯데와 두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팀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SK가 추구하는 소통 야구를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전직 감독과 해설위원 등을 김 신임감독과 감독 후보군에 두고 심사숙고 했지만, 팀 방향성과 색깔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김 신임감독은 이날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감독직을 수락한 건 몇 일 안됐다. 팀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더 길어지면 김태형 감독님과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 해서 어제(5일)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직후 말씀드렸다. 구단에서 통 크게 배려해주셔서 SK에 일찍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두산 선수단과 투수들에게 미안하다”며 “특히 동고동락한 투수들은 큰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해를 끼치는게 아닌가 우려된다. 내일(7일) 선수들을 만나 인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토]두산 알칸타라, 준PO 2차전 4.1이닝 4실점 강판
두산 선발투수 알칸타라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5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LG 김현수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두산이 통큰 배려를 한 배경은 학습효과 때문이다. 지난 2017년 한용덕 수석코치, 2018년 이강철 수석코치가 각각 한화와 KT 감독으로 내정된 상태로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그러나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경기 직후 김태형 감독을 만났더니 ‘김 코치가 SK 감독으로 간다고 합니다. 플레이오프 시작 전에 팀에 합류시키는 게 좋지 않겠는가’라고 제안을 해서 그러자고 했다. 팀 입장에서는 투수코치가 떠나서 아쉽지만, 감독으로 가는 것이니 마땅히 축하할 일”이라고 밝혔다.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고, 한국시리즈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배려다.

김 신임감독은 “오늘 SK 구단 사무실에 가서 기본 구상을 공유할 생각이다. 포스트시즌이 모두 종료된 뒤 합류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 조각 등은 전혀 생각해두지 않았다. 9일부터 마무리훈련을 시작하는데, 나도 4년간 팀을 떠나있었기 때문에 선수단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함께 생활했던 후배들이 있기 때문에 잘 소통하겠다. 올해 SK는 코칭스태프나 선수단, 프런트 모두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다. 부담도 되지만 흐트러진 팀을 하나로 모으는 게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1991년 쌍방울에 고졸 우선지명으로 입단한 김 신임감독은 21년 동안 545경기에서 133승 144패 12홀드 26세이브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했다. SK 왕조시절 투수진 맏형으로 후배들을 이끌었고 외유내강형 리더십을 가진 차세대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부터 2년간 롯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두산에서 투수들을 이끌며 지도력을 검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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