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린 9번홀 버디 성공후 캐디와 세리머니 하고 있다
안나린(오른쪽)이 8일 영종도 스카이72GC에서 열린 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9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캐디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KLPGA 제공

[영종도=스포츠서울 박병헌전문기자]”자난달 생애 처음 우승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초특급 대회를 제패할 줄 꿈에도 몰랐어요.”

지난달 11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오텍캐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쥔 프로 6년차의 안나린(24)은 8일 인천광역시 영종도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6474야드)에서 열린 총상금 15억원 규모의 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또 정상에 섰다. 딱 28일만이다. 안나린은 신설대회인 오텍캐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와는 달리 이날 자신감이 넘쳤다. 우승을 한 차례 맛본 경험때문이었다. 최종 라운드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한 선수는 안나린 등 3명에 불과했다.

안나린은 초속 13m가량의 강한 바닷 바람이 부는 이날 1언더파 71타를 쳐 4라운드 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 KLPGA투어 현역 선두 최다승(13승)을 거둔 베테랑 장하나(28)를 3타차로 제쳤다. 우승 상금만 해도 3억원이나 된다. 안나린은 상금순위 11위에서 2위(5억9502만원)로 껑충 뛰어 올라 상금왕 경쟁에 가세했다. 4년 동안 93차례 대회에서 우승 한번 없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안나린은 이번 우승으로 KLPGA투어 스타로 발돋움한 셈이다.

통산 13승 가운데 가을에만 7승을 거뒀던 ‘가을의 여왕’ 장하나는 이날 2타를 잃어 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했다.

첫 우승 때는 10타차 선두에도 불구하고 다소 흔들렸던 안나린은 이번에는 정교한 샷을 선보이며 흐름을 일찌감치 주도했다. 2번 홀(파4)에서 안나린은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여 버디를 잡아냈지만 장하나와 박민지는 보기를 적어내 순식간에 2타 차이가 벌어졌다. 박민지는 3번 홀(파3)에서도 1타를 잃은 뒤 6번 홀(파4) 더블보기로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안나린은 9번 홀(파4)에서 승기를 잡았다. 장하나가 그린을 놓치고 2m가량의 파퍼트를 실패한 9번 홀에서 안나린은 9m 거리의 까다로운 훅 라인 버디 퍼트를 떨궈 4타차까지 달아났다. 안나린은 장하나가 10, 11번 홀 연속 버디로 다시 2타차로 추격을 벌였지만 전혀 흔들림없이 안정된 샷을 과시했다. 2타차 선두를 지키던 안나린은 17번 홀(파3)에서 3퍼트로 1타를 잃었지만 장하나 역시 퍼트를 4차례 하면서 2타를 잃은 바람에 사실상 승부가 결판났다.

한편 통산 3승을 거두며 KLPGA투어에서 인기스타였던 ‘주부골퍼’ 허윤경(30)은 이 대회를 끝으로 필드와 작별했다.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75타를 친 허윤경은 10위(289타)를 KLPGA투어 마지막 성적으로 남겼고, 이는 올시즌 가장 뛰어난 성적이었다. 이 대회 출전에 앞서 은퇴를 선언한 허윤경은 “골프장을 운영하는 시아버지와 남편을 도와 골프장 경영인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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