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박하선 김정은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섬뜩하기도 때론 얄밉기도 하지만, 여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 변신 향연이 드라마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로 김소연, 김정은, 박하선 세 배우를 통해서다.

오랜만에 악녀 연기로 돌아온 김소연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김순옥 작가의 신작 드라마 SBS ‘펜트하우스’에서 김소연은 재벌가의 딸이자 유명 소프라노 천서진으로 등장해 가지고 싶은 게 생기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는 악녀 캐릭터로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MBC ‘이브의 모든 것’ 속 섬뜩한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지 꼭 20년 만이다.

드라마는 초반부터 불륜, 폭력 등 각종 자극적인 소재로 비판을 받았지만 김소연의 연기만은 호평을 받고 있다. 1994년 SBS 청소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해 MBC ‘엄마야 누나야’ KBS2 ‘아이리스’ tvN ‘로맨스가 필요해’ MBC ‘가화만사성’ 등에 출연하며 그동안 온화하고 순정적인 캐릭터를 맡아온 김소연의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연기변신이 화제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파격적인 장면들도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모습은 방송 후 화제를 모으며 20년 전 소화한 ‘이브의 모든 것’ 허영미 캐릭터까지 새삼 주목받고 있다.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정은은 변화무쌍한 인물의 감정 변화를 디테일하게 그려내며 내공의 저력을 드러내고 있다. 전환점을 돈 미스터리 부부 잔혹극 MBN ‘나의 위험한 아내’는 회를 거듭할수록 충격적인 반전이 연이어 터지는 전개 속에서, 주연을 맡은 김정은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가정만은 지키고 싶은 아내 심재경 역으로 달콤하면서도 살벌한 양단의 매력을 오가며 하드캐리 중이다.

어느덧 연기경력 25년 차 배우인 김정은은 MBC ‘별은 내 가슴에’, ‘해바라기’, ‘이브의 모든 것’, SBS ‘파리의 연인’, ‘연인’ KBS2 ‘울랄라 부부’ 등 수많은 히트작들을 남기는 동시에 여러 캐릭터들을 소화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특히 2016년 결혼 후 이듬해 OCN ‘듀얼’로 첫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 바 있는 김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나의 위험한 아내’를 통해 남편을 의심하고 집착하는 섬뜩한 연기로 또 한 번 스스로와의 도전을 마주했다. 비록 시청률은 2%대로 아쉬움이 남지만, 배우 인생에서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택한 김정은의 연기력에 있어서는 호평이 잇따르는 중이다.

결혼과 출산 후 복귀한 박하선은 새로운 연기인생 2막을 쓰고 있다. tvN ‘산후조리원’에서 미모, 육아 능력, 남편 내조까지 모든 게 완벽한 베테랑맘 조은정 역을 맡은 박하선은 그야말로 ‘얄미운’ 연기를 펼치며 인상을 남겼다. 우아하고 고상해 보이다가도 어딘가 모르게 코믹한 모습을 유연하게 넘나들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극이 전개될수록 그녀에게도 산모로서 겪어야했던 고충들이 드러나며 뭉클함을 안기기도. 방송 직후 박하선의 연기력이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과 극적 재미를 높였다는 평이 이어졌고, 이에 박하선은 자신의 SNS에 “얄밉다고 욕이란 욕은 다 먹었는데도 기분 좋다. 16년 연기 생활 중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는 글을 올리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안방극장에는 4~50대 시청층을 확보하기 위한 속칭 막장 드라마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 속에서도 탄탄한 연기 내공을 가진 여배우들의 악역 캐릭터들은 자칫 허황되어 보일 수 있는 극의 설득력을 높이는 동시에 보는 재미까지 더하고 있다. 한 드라마 PD는 “캐스팅을 할 때 주인공만큼이나 악역 캐릭터에 공을 많이 들인다. 밉상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미움을 산다는 건 그만큼 배우가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 드라마 작가는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마다 악녀 캐릭터가 주목받듯, 실제로 작가들이 작품을 쓸 때 악역에 많은 힘을 쏟는다. 탄탄하고 섬세한 연기력이 바탕이 된 배우들이 악역을 맡았을 때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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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각 방송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