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이숙진 이사장이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이른바 고(故) 최숙현 사고 이후 설립에 가속 페달을 밟은 스포츠윤리센터가 13일 출범 100일을 맞이했다. 지난 8월 5일 법인 허가를 받고 업무를 시작한지 100일이 지났지만, 스포츠윤리센터는 여전히 시스템 구축 중이다.

관장해야 할 분야가 대단히 넓고, 조사권 외에는 특별한 권한이 없다는 한계도 윤리센터가 빠르게 자리를 잡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기구를 설립해 스포츠 인권 실태를 A부터 Z까지 관장하려면 훨씬 긴 준비기간이 필요했다는 아쉬움까지 감추기는 어렵다.

스포츠윤리센터 이숙진 이사장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출범 100일 동안 총 247건의 신고, 상담을 접수했고, 폭력·성폭력 등 인권 침해와 관련한 현장 조사를 21차례, 조직 사유화와 승부조작 등 스포츠 비리와 관련한 사건 조사를 32건 진행했다”고 업무 현황을 공개했다. 이 이사장은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못하지만, 체역계 실태를 파악하고 정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할 것”이라며 관계기간과 미디어, 체육계 전체의 협조를 당부했다.

시작 단계라 가야 할 길이 멀다. 우선 징계 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해 지도자 등 체육인들의 징계 이력을 통합관리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이사장은 “대한체육회가 주관하고 있는 징계 정보시스템이 구축되면, 스포츠윤리센터도 별도의 시스템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체육계라는 광범위한 범위를 27명(13일 현재)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인력과 예산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특수사법경찰권 도입 등 자체 수사권을 통한 기소권을 가져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피해자나 제보자가 신고를 하지 않으면 조사에 착수할 권한도 없는 상태다. 예방보다는 사후 관리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이사장은 “사안의 경중에 따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신고된 사안을 심의한 뒤 중대하다고 판단하는 것부터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으로 주어진 상황에 대응해야 할 것 같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때문에 윤리센터는 전직경찰을 포함한 전문 조사원 12명과 전문 조사관 2명, 파견된 경찰 세 명 등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경찰청, 국민체육진흥공단,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각 기관과 업무협약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축이 돼 체육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독립 법인이다. 지난해 1월 체육계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인권침해와 비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설립 논의가 시작됐고,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체육계로부터 분리된 스포츠 인권전담기구를 설립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근거 법률인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이후 설립추진단을 통해 6개월간 설립을 준비한 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 비리신고센터, 대한체육회 클린 스포츠센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의 신고 기능을 통합해 지난 8월 출범했다.

한편 스포츠윤리센터는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고의 패배 지시 논란에 “개념 정의를 법률적으로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사실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이런 지시가 팀 리빌딩 차원에서 진행하는 ‘탱킹’(일부러 낮은 순위를 기록해 신인드래프트 등에서 좋은 순번을 얻는 전략)으로 봐야 할지, 승부 조작으로 분류해야 하는지 법률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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