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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빼앗긴 꿈에도 봄은 오는가. ‘프듀’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들의 실명이 언급된 후, 거센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엠넷 ‘프로듀스(이하 프듀)’ 시리즈는 가수라는 꿈을 향해 달려 온 연습생들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였다. 소속사나 스펙과 관련 없이 국민 프로듀서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면 성역 없이 데뷔를 이룰 수 있는 그야말로 ‘꿈의 무대’였다. 시청자 역시 이들에게 몰입했고, 함께 울고 웃으며 연대감을 쌓아갔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 점을 이용해 투표를 조작하는 것은 물론, 최종 데뷔조까지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꿨다. 의혹은 사실이 됐고, 이제는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에서 진행된 김용범 CP, 안준영 PD 항소심은 1심과 같이 안준영 PD는 징역 2년, 추징금 3700여만 원을, 김용범 CP는 징역 1년 8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은 업무방해, 사기 등 혐의를 받으며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다.
특히 이번 항소심에서는 그동안 심증으로만 언급돼 왔던 실제 피해자들의 실명이 언급돼 더 큰 파장을 낳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시즌1 김수현·서혜린, 시즌2 성현우·강동호, 시즌3 이가은·한초원, 시즌4의 앙자르디디모데·이진우·김국헌·구정모·이진혁·금동현 등 총 12명의 연습생이 피해를 입었다. 방송 내내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강동호, 이가은 등도 결국 최종투표에서 강제탈락되며 꿈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 강동호 측은 “늦게나마 밝혀져서 다행이다”, 이가은 측은 “따로 드릴 말씀은 없지만 본인이 음악 활동을 원하면 도울 것”이라며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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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도 급히 사과에 나섰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 자체적으로 파악한 피해 연습생분들에 대해 피해 보상 협의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 일부는 협의가 완료됐고, 일부는 진행 중”이라며 “금번 재판을 통해 공개된 모든 피해 연습생분들에게는 끝까지 책임지고 피해 보상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엠넷 측이 어떤 방식으로 보상을 할지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사실상 사후약방문 식의 대처라는 점에서 엠넷도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어떤 보상이 이뤄진다 한들, 연습생들의 꿈을 앗아간 것과 치환될리 만무하기 때문.
덩달아 ‘프듀’를 통해 데뷔한 아이즈원 활동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오는 12월 초 컴백을 앞두고 있었기에 컴백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예정대로 12월 7일 새 앨범을 발매하고, 2020 ‘MAMA’에도 출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론은 애초부터 출발이 불공정한 팀이었기에 해체를 해야한다는 입장과 멤버들은 잘못이 없다며 지켜보자는 의견으로 양분되면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워너원은 활동 기간이 끝났고, 엑스원은 ‘프듀’ 논란으로 결국 해체됐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이즈원을 향한 비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라도 진실이 드러나 다행이지만, 물론 강동호, 이진혁 등 데뷔조에 들지 못했어도 이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는 있으나 그럼에도 피해를 입은 연습생들에게 2차 피해가 되진 않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엠넷도 보상을 운운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어떤식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다.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엠넷, 오프더레코드·스윙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