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힘찬병원 박현준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부산힘찬병원 박현준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제공|힘찬병원

[스포츠서울] 47세 남자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진료실을 들어섰다. 최근 심해진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 4년 전 다른 병원에서 요추 4~5번간 협착증 수술을 받은 그는 다리 저림 증상이 좋아져 일상생활을 잘 해왔지만 1년 전에 사 뒀던 주말 농장이 화근이 됐다. 농작물을 키우는 쏠쏠한 재미에 빠져 비료를 주고, 물도 기르고, 무거운 짐을 나르기 위해 허리에 힘을 많이 주고, 쪼그려 앉아서 밭을 가꾸다 보니, 그만 허리에 무리가 온 것이다.

MRI 정밀 검사를 해보니 요추 4~5번 사이의 척추관이 눈에 띄게 좁았다. 협착증이 재발한 것이다. 척추 관절이 두터워지고, 황색인대가 두껍게 자라나 신경이 나가는 부분(신경구멍)이 좁아져 있었다. CT에서는 4년 전 제거했던 디스크의 일부분이 석회화(물렁뼈가 단단한 돌처럼 바뀜)되어서 협착증을 더 나쁘게 하는 상황이었다. 신경줄기(Myelo) MRI에서도 신경이 지나가는 길이 이미 끊어져 보였다.

환자는 왼쪽 엉치뼈가 빠질 것 같고, 통증 때문에 걷기도 힘들고, 짜증이 나고, 아파서 잠을 설친다고 했다. 엉덩이, 허벅지, 오금, 종아리까지 온갖 이상한 감각이 느껴진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이런 경우 웬만큼 수술을 해본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환자의 극심한 통증과 불편감을 꼭 해결해줘야 하지만 모든 허리디스크와 협착증 환자에게 수술만이 정답은 아니며 숙련된 노련한 의사들에게도 재수술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우선 수술을 하려면 8~12mm 정도를 절개하는데, 이 조그마한 절개선을 통해 정상 조직과 제거해야 할 조직을 구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전 수술 이후 남아 있는 정상 조직을 먼저 확인하고, 그 정상 조직의 위, 아래, 바깥쪽을 최대한 확인한 후 유착된 부분을 조금씩 박리해야 한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목표한 지점에 도달하면 유착으로 심해진 신경(근)과 협착된 조직의 경계선이 더욱 불분명해져 자칫 신경을 다치게 하는 심각한 일이 발생한다. 신경을 감싸는 경막이 파열되어 뇌척수액이 새는 경우도 흔하다. 흔히 말하는 대재앙 사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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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카테터로 좁아진 척추관을 뚫고 넓혀주는 풍선확장 신경성형술 시행 장면. 제공|힘찬병원

이러한 과정을 겪어본 의사들은 수술하지 않고서도 환자의 고통을 없애줄 대안을 연구하게 되는데, 그 방법 중의 하나가 풍선확장 신경성형술이다. 이 시술은 꼬리뼈의 공간을 이용해 2mm 크기의 카테터(작은 관)를 삽입해 협착이 있는 위치를 찾아간다. 그런 다음 과거의 수술로 떡이 되다시피 한 유착 부위를 풍선으로 확장하고 박리하는 과정을 수회 반복하고, 염증을 희석하는 약물을 주입하여 씻어내고 나온다. 20분이면 넉넉하다.

위 환자의 경우 재수술이 필요해보일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풍선확장 신경성형술을 시술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환자는 수일간 밤새 자신을 괴롭혔던 ‘저리다. 시리다, 땡긴다, 내 살 같지가 않다’는 등의 증세가 한결 개선돼 좀 살만하다며 좋아했다. 수술하지 않고 좋아져서 참 고맙다는 말을 끝으로 퇴원했다. 환자도 동일한 부위에 다시 칼을 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나 역시 수술하지 않고서도 환자의 고통을 줄여준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꼈다.

<부산힘찬병원 박현준 원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