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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난해 후반기 최고 투수는 두산 소속이었던 크리스 플렉센(27)이다. 당시 플렉센은 후반기 9경기에서 52.2이닝 4승 1패 평균자책점 2.05로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보다 강렬한 활약을 펼쳤다. LG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KT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7.2이닝 11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를 향한 다리를 놓았다. NC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이닝 1실점 승리투수, 5차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으나 퀄리티스타트 행진은 이어갔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메이저리그(ML) 구단들도 유심히 지켜봤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10일(한국시간) 플렉센이 시애틀에 입단한 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불과 2년 전 뉴욕 메츠 소속으로 빅리그 벽을 넘지못하고 ML 통산 평균자책점 8.07을 기록했던 그가 어떻게 시애틀과 2년 475만 달러 보장 계약을 맺게 됐는지 돌아봤다.
과정에는 플렉센의 기량 향상은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스포츠 전체가 중단됐던 특수한 상황도 자리하고 있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지난해 시애틀 스카우트팀은 ML와 마이너리그는 물론 아마추어 스포츠도 중단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일을 하기 위해 고심했다. 업무를 찾던 중 5월부터 개막한 KBO리그를 주목하면서 플렉센이 1년 만에 수준급 투수가 된 것을 목격했다. KBO리그에 대해 아는 게 많지는 않았으나 데이터를 통해 플렉센을 포함한 KBO리그 선수들의 수준을 가늠했다. 플렉센을 포함해 KBO리그에서 뛰는 미국 출신 선수들을 주목했고 이들이 빅리그에서 고전했던 원인과 KBO리그에서 변화된 모습을 눈여겨봤다.
시애틀 스카우트팀이 주목한 부분은 플렉센의 커맨드와 진화한 변화구였다. 플렉센은 KBO리그에서 탈삼진 132개·볼넷 32개를 기록했다. 빅리그 3년 동안에는 탈삼진 49개·볼넷 54개였다. 빅리그에서도 강한 패스트볼을 던졌던 플렉센이지만 스트라이크존 공략에 애를 먹었다. 시애틀 구단 분석팀은 데이터로 드러난 플렉센의 장점에 푹 빠졌다. 시애틀 저스틴 홀랜더 부단장은 “미국 시절 플렉슨은 커맨드에 애를 먹는 투수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커브를 던졌고 슬라이더 또한 보다 발전했다”고 플렉센이 KBO리그에서 이룬 진화를 설명했다.
그런데 시애틀 외에 네 팀 가량이 플렉센을 관심있게 바라봤고 영입을 시도했다. 그러자 시애틀은 플렉센 측과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며 경쟁팀보다 큰 규모의 계약을 제시했다. 플렉센은 지난 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맞서 시애틀 데뷔전을 치렀고 2이닝 2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플렉센의 두 번째 빅리그 도전이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빅리그 구단들이 KBO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갈수록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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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플렉센에 앞서 메릴 켈리, 조쉬 린드블럼 등 외국인 선발투수들이 ML 보장 계약을 맺고 미국 유턴에 성공했다. 올해 처음으로 KBO리그를 경험하는 다니엘 멩덴(KIA), 앤드류 수아레즈(LG), 워커 로켓(두산) 등도 최종 목적지는 다시 ML 무대에 서는 것이다. 언제든 역수출 사례가 나올 정도로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선수의 수준이 올라갔다. 그리고 트래킹 데이터의 대중화로 미국에서도 얼마든지 KBO리그 선수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점점 더 ML와 KBO리그가 가까워지고 있다.
bng7@sportsseoul.com